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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
- 미야베 미유키 -
< 인생에 부족함이 없거나, 또는 행복한 삶을 사는 탐정은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무척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되어 있고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탐정.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그 결과 그가 추적하는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사소함 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
이 책의 뒷 표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미야베 여사가 직접 쓰신 이 글을,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100% 공감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기무라 사부로는 인생에 부족함이 없다. 부모님도 있고, 사랑스러운 아내도 있고, 귀여운 딸도 있다. 이마다 콘체른의 회장의 사위이기 까지 하다.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행복한 삶을 살기까지 한다. 정말 이제까지 읽어 왔던 미스터리 세계의 탐정들과는 뭔가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건역시 조금은 평범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마음에 남는 무언가는 확실히 있었다.
누군가. 도대체 누군가가 누구일까? 라는 의문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조금은 난해한 시가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하였다. 아직도 이해가 불가능 한 이 시는 < 어두워, 어두워, 하며 / 누군가 창문 밖을 지난다. > 라고 시작되는 3연 짜리 짧은 시이다. 원래, 시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무시해 주고, 넘어 갔다. 무슨 의미가 있겠지만, 도저히 이해 불가능 하니 책의 제목인 <누군가>는 내가 생각하는 누군가의 의미로 맘대로 해석하겠다.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야기는 스기무라의 장인인 회장님의 운전기사 가지타 씨가 어느 아파트 앞에서 자전거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가지타의 두 딸 중 사토미보다 10살 어린 리코는 아버지의 범인을 밝히기 위해 자서전을 쓰려고 하고, 스기무라는 장인의 부탁? 명령에 따라 이를 도와주게 된다. 하지만 사토미는 왠지 이를 반기지 않고, 아버지의 과거가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스기무라는 리코의 자서전 쓰기를 도와주는 한편, 사토미가 걱정하는 것의 진실에 한발 자국씩 다가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전거 사고의 범인과 사토미가 걱정하던 아버지의 과거가 거의 동시에 밝혀지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별것 없었다. 그런데도 페이지는 400페이지를 넘긴다. 그 만큼 각 장면마다 인물의 심리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의 역량이 잘 나타난다.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묘사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웃음 짓게 만드는 유머가 곳곳에 배어있다. 이전에 읽었던 이유나, 화차, 모방범 등에서도 섬세한 묘사는 있었던거 같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묘사에 둔감한 나도 여실히 느낄정도로 심하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누군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범인을 지칭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데, 289페이지와 358페이지에서 ‘누군가’의 의미를 살짝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 나왔다.
< 본인이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신고하지 않을까 하고. - p 289 >
<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음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지 않은가? 자기 혼자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 p 358 >
여기서 누군가는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 중의 어느 한사람 혹은 다수의 사람을 가리킨다. 그렇게 때문에 그 누군가가 누가될지는 모른다. 심지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289페이지에서는 누군가가 신고를 했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을 주는 원인이 되지만 358페이지의 누군가는 나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누군가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후자의 의미에 미야베 여사가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 우리는 종종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 받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은 종종 있었다. 내가 혼자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그 사실을 확인 해야만 납득 할 수 있는 상황.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00페이지 가량 읽었을때는 사건이 다 끝났는데 아직도 100페이지가 더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하지만 더 읽다 보니 진짜 의미 있는 부분은 나머지 100페이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서는 살며시 또 다른 반전이 이러나면서 살짝 놀랐고, 씁쓸한 뒷맛도 좀 남기면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남는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게 무었인지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다시한번 미야베 여사의 힘을 인정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인 <이름없는 독>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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