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춤이다 뱀이다/최홍종

맑은물56 2011. 3. 7. 21:14

한국스토리인협회 좋은시(6) 춤이다 뱀이다/최홍종

 

춤이다 뱀이다

-소나무

 

                                    글, 사진 : 최홍종

 

 

시위대 뜰 밖에는

중무장을 한 병사들이

아니 자세히 보니 머리엔 투구 가슴엔 갑옷 그리고 칼과 창이다

그러나 넓게 화려한 홀 안에는

서루 부비고 부둥켜안았고

밖의 시위대들의 고성(高聲)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늘은 즐기면 되고

그들이 아무리 외쳐도

우린 즐기면 된다

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이 말은

“나도 그렇게 살아보니 그때 일은 다 잊었다.”

그런 말이란 걸 이제 알았다

너희들도 이곳에 들어와 이 물에 잠기면

다 그럴걸 뭘 그렇게 야단들이야

너희들의 외침도

결국 이 곳에 들어와 살고 싶은 외침이자

그 목적인 것을

이제는 뱀이 되어 서로 엉켜서 그렇게 산다

뱀이다 뱀이다.

춤이다. 그렇게 산다.

 

 

 

* 출처 <스토리문학> 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