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연안부두 / 최희영

맑은물56 2010. 12. 13. 20:05

 
      
     연안부두  
                           최희영  
    비 뿌리며 떠난 
    검은 바다에 
    젊은 날을 
    눈썹으로 오려내는
    섬이
    밤의 축제를 열었다
    분수가 뿜어내는
    무지개 빛 꿈
    바다 건너온 짚시들은
    현란한 춤을 추다
    바닷내음을 토하며
    허기진 배 부여잡고 
    자지러지듯   
    웃음을 짜낸다. 
    불빛에 이끌려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미끄러지다가
    붉은 눈을 휘저으며
    추억을 더듬어 내는
    긴 뱃고동소리  
    밤바다가 연출하는
    오색 영롱한 추억의 명화
    파도는 치맛자락 흔들며 신나게 캉캉춤을 춘다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된
    덕적도의 시간들이
    일제히 술잔을 들어
    바다에 붓는다
    술을 마신 바다는
    송정에서 소리없이 울던
    정희 이야기를
    꽁무니에 달아매고
    바닷속 가슴 풀어 헤치며 
    칼날진 손길로
    검은 밤을  후려친다
    지나온 뱃길 위에 
    젊은 한숨들이 술렁이더니
    어느새 중년의 모습으로 
    울렁울렁 
    걸어나온다
    천지가 개벽하는
    환호성 
    회호리 바람 일으키며
    물위에서 출렁이는데
    순간에 피어나는 하늘 꽃송이
    흑빛 허공
    온 몸 바스라져 
    찬란한 빛으로 쏟아내는
    그 옛날  
    내 눈물의 천사들이여.
    

     

    스트라빈스키 / 무용모음곡 "페트루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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