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온라인뉴스팀] 현재까지 파악된 고려불화는 나한도를 포함해 대략 160점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국내 소장품은 그 중 20여 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적다. 나머지는 외국으로 나간 상태다. 소장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아 무려 130점 정도에 이른다. 그 외에 미국과 유럽에 도합 10점 정도가 파악된 상태다. 일본에 이처럼 실물이 많은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제국주의가 과거 조선을 식민지배했다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소장품 또한 구한말이나 식민지시대, 혹은 그 이후 혼란기에 나갔을 공산이 크다. 다만 일본에 간 고려불화가 식민지배 치하라는 어두운 시대의 소산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 이전 시대에 다른 경로, 예컨대 선물과 같은 형태로 전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2일 개막하는 '고려불화대전' 출품작 중 하나인 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에는 화면 오른쪽에 '해동 승려 혜허가 그렸다'(海東癡衲慧虛筆)는 묵서가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혜허가 굳이 자신을 '해동 승려'라고 소개한 점에서 이 불화는 애초에 외국에 선물할 요량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어떻든 고려불화는 세계 각지에 분산된 상태라는 점에서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한 사건이 1978년 일본의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이 개최한 '고려불화 - 일본에 청래(請來)된 이웃나라의 금빛 부처님들' 특별전이었다. 이 자리에는 고려불화 50여 점이 자리를 함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이 자리가 "고려불화의 가치를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의미 있는 전시였다"고 평가했다.
이 특별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고려불화가 일본에 전래된 동기를 '청래'(請來)라고 지목했다는 점이다. 청래는 글자 그대로 풀자면 '(일본이) 요청해서 왔다'는 뜻이다. 이후 고려불화 특별전은 1993년 호암미술관과 동국대박물관이 공동 주최해 열린 적이 있다. 고려불화들은 그 이후 다시 휴식기에 접어들었고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마련한 특별전을 통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고려왕조 - 깨달음의 시대'를 모토로 내건 이 전시에 고려불화는 24점이 선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에 마련한 '고려불화대전'은 우선 출품작 숫자가 61점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시를 압도한다. 나아가 고려불화의 본고장에서 열리며 동시대 중국과 일본 불화를 비교전시하는 한편,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기 불화와도 비교하는 자리도 아우른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