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대전’ 고려미인 성스런 비밀 간직한듯…
2010-10-14 09:49
국립중앙박물관 …줄잇는 관람행렬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유물
해외 흩어져 있던 42점 고려불화
700년 역사의 질곡 헤치고 고국땅에
수월관음도·지장보살도 국내 첫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일본 교토(京都)의 이름난 초대형 사찰 다이토쿠지(大德寺). 이곳의 부속 사찰인 교쿠린인(玉林院)에는 가로 87㎝, 세로 163㎝의 수려하고 기품 있는 아미타불도 1점이 전해진다. 화려하게 장식된 대좌 위에 앉아 설법하는 모습이 미려하면서 위엄 있게 표현돼 있다. 고려인의 작품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 아미타불을 양편에서 보좌하는 두 보살도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왼편의 보현보살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손에 두루마리를 든 채 엎드린 코끼리 위에 올라앉았다. 오른편의 문수보살은 여의를 들고 사자 위에 걸터앉았다. 그 역시 장발. 둘은 중앙의 아미타불과 달리 도교적이고 민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더욱이 문수와 보현 보살은 애당초 아미타불이 아닌 석가모니불의 협시(夾侍ㆍ좌우에서 가까이 모시는 이)다. 어떻게 된 걸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예술품, 고려 불화=종교를 막론하고 성상(聖像)들을 들여다보면 때론 마음의 평화를, 때론 고대의 성스러운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오묘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의 성화(聖畫)들이 소설과 영화 등의 풍부한 소재로 쓰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숭배한 신, 부처의 모습은 어떨까.
불화(佛畫)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전례 없는 대규모 전시가 준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개관 5주년과 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펼쳐낸 특별한 대규모 전시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다.(기획전시실ㆍ10.12.~11.21.) 전시되는 유물의 총 수량이 108점에 달한다. 이 중 고려불화가 61점인데, 국내에 있는 19점 외에 일본과 미국, 유럽에 흩어진 귀한 불화들을 42점이나 모아놨다. 말 그대로 세월과 역사, 공간의 질곡을 헤친 진한 ‘해후’인 셈이다. 비교를 위해 중국과 일본 불화 20점도 들여놨다. 조선 전기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도 22점 모셔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고려불화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예술품’으로 손꼽힌다.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화려한 색채와 금물, 유려하고 힘 있는 선묘 등으로 고려인의 높은 미적 수준을 유감 없이 응축해냈다.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은 가고 싶겠군요’=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들은 역시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외 소장품들이다.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大高寺) 소장 ‘관경16관변상도’ 등 출품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특히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가진 센소지의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일본 소장 고려불화를 들여오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 빌려주면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소장자도 있었다. 결국 출품을 허락한 기관들은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은 가보고 싶을 것’이라며 어렵게 국외 대여를 허락하곤 했다고.
▶극락 왕생자를 맞는 아미타불, 물방울 속에 들어간 관음보살=아미타불이 보살들을 거느리고 극락 왕생할 사람을 맞으러 오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아미타삼존도’와 ‘아미타삼존내영도’를 찾아보자. ‘물방울 관음’이란 별칭의 ‘수월관음도’도 볼거리다. 물방울 모양 광배 안에 선 관음 밑으로는 합장한 작은 선재동자가 겨우 보인다. 관음의 우아한 자태는 고려 미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전시관 초입에 위치한 ‘비로자나불도’ 안에 깃든 수많은 부처도 찾아보자. 염라왕과 지옥 풍경은 나라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관람료는 7~18세 1000원, 19~25세 2000원, 26~64세 3000원이며, 단체는 할인된다. 일본 네즈미술관의 ‘아미타삼존도’ 등 8점의 작품은 일부 기간에만 한정 전시되니 서둘러야 한다. 이토쿠지의 아미타불도도 서울에 왔다.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모두 걸쳐 있다. 이는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2077-9000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해외 흩어져 있던 42점 고려불화
700년 역사의 질곡 헤치고 고국땅에
수월관음도·지장보살도 국내 첫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일본 교토(京都)의 이름난 초대형 사찰 다이토쿠지(大德寺). 이곳의 부속 사찰인 교쿠린인(玉林院)에는 가로 87㎝, 세로 163㎝의 수려하고 기품 있는 아미타불도 1점이 전해진다. 화려하게 장식된 대좌 위에 앉아 설법하는 모습이 미려하면서 위엄 있게 표현돼 있다. 고려인의 작품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 아미타불을 양편에서 보좌하는 두 보살도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왼편의 보현보살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손에 두루마리를 든 채 엎드린 코끼리 위에 올라앉았다. 오른편의 문수보살은 여의를 들고 사자 위에 걸터앉았다. 그 역시 장발. 둘은 중앙의 아미타불과 달리 도교적이고 민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더욱이 문수와 보현 보살은 애당초 아미타불이 아닌 석가모니불의 협시(夾侍ㆍ좌우에서 가까이 모시는 이)다. 어떻게 된 걸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예술품, 고려 불화=종교를 막론하고 성상(聖像)들을 들여다보면 때론 마음의 평화를, 때론 고대의 성스러운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오묘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의 성화(聖畫)들이 소설과 영화 등의 풍부한 소재로 쓰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숭배한 신, 부처의 모습은 어떨까.
불화(佛畫)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전례 없는 대규모 전시가 준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개관 5주년과 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펼쳐낸 특별한 대규모 전시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다.(기획전시실ㆍ10.12.~11.21.) 전시되는 유물의 총 수량이 108점에 달한다. 이 중 고려불화가 61점인데, 국내에 있는 19점 외에 일본과 미국, 유럽에 흩어진 귀한 불화들을 42점이나 모아놨다. 말 그대로 세월과 역사, 공간의 질곡을 헤친 진한 ‘해후’인 셈이다. 비교를 위해 중국과 일본 불화 20점도 들여놨다. 조선 전기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도 22점 모셔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고려불화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예술품’으로 손꼽힌다.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화려한 색채와 금물, 유려하고 힘 있는 선묘 등으로 고려인의 높은 미적 수준을 유감 없이 응축해냈다.
관음보살이 물방울 모양 광배(光背) 안에 서 있어 ‘물광울 관음’이라 불리는 일본 센소지소장 ‘수월관음도’.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을 통해 처음 국내에 공개된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은 가고 싶겠군요’=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들은 역시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외 소장품들이다.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大高寺) 소장 ‘관경16관변상도’ 등 출품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특히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가진 센소지의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일본 소장 고려불화를 들여오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 빌려주면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소장자도 있었다. 결국 출품을 허락한 기관들은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은 가보고 싶을 것’이라며 어렵게 국외 대여를 허락하곤 했다고.
▶극락 왕생자를 맞는 아미타불, 물방울 속에 들어간 관음보살=아미타불이 보살들을 거느리고 극락 왕생할 사람을 맞으러 오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아미타삼존도’와 ‘아미타삼존내영도’를 찾아보자. ‘물방울 관음’이란 별칭의 ‘수월관음도’도 볼거리다. 물방울 모양 광배 안에 선 관음 밑으로는 합장한 작은 선재동자가 겨우 보인다. 관음의 우아한 자태는 고려 미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전시관 초입에 위치한 ‘비로자나불도’ 안에 깃든 수많은 부처도 찾아보자. 염라왕과 지옥 풍경은 나라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관람료는 7~18세 1000원, 19~25세 2000원, 26~64세 3000원이며, 단체는 할인된다. 일본 네즈미술관의 ‘아미타삼존도’ 등 8점의 작품은 일부 기간에만 한정 전시되니 서둘러야 한다. 이토쿠지의 아미타불도도 서울에 왔다.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모두 걸쳐 있다. 이는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2077-9000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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