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시가 있는 풍경> 저녁의 염전 / 김경주

맑은물56 2010. 7. 29. 10:50

<시가 있는 풍경> 저녁의 염전 / 김경주

 ☛ 서울일보/ 2010.7.19(월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저녁의 염전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 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을 본다

 

시 읽기

 절로 화폭이 퍼지고  바람에 그려진 그림을 보든 듯  아름다운 풍경을  시인은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말을 잊고,  눈이 하얗게 증발한다고 했다. 

녁염전은 마치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 어둠이 온다고 했다.

 끌어다 가둔 바닷물이 증발하고 응결되어  소금이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염

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몇 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 희디흰 물소리가 물의 내장이고 물의 영혼이라

부르면 않되나?

 빛도 닿지 않는 깊은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치 죽은 자들의 언어를 듣는 것처럼,

물의 혼, 물의 내장이 드러나듯 쓰디쓴 생의 존재와 수없이 반복되는 삶의 과정과 그리

죽음과 소멸생각하는 것이다.

 염전의 서늘한 저녁풍경 앞에서면 그렇게 숙연해지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