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던가
나는 너를 알지 못했고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지만
처마끝 풍경을 울리려 온 바람처럼
어둠을 찟고 달려온 햇살처럼
어느새 너는 나에게로 오고 나는 너에게로 기대었다
서로를 부르기 전에 운명이 되고 숙명이 되어
그렇게 너는 나에게로 오고
나는 말문을 닫은채 뚜벅뚜벅 미친듯 너에게로 향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길목의 어스름한 달밤엔
너를 붙잡고 바보처럼 목 놓아 울기도 했고
너를 잊지 못하여 차마 버릴 수 없어
술잔을 부여 잡고 흐느끼기도 했었다
노송의 외투인양 켭켭이 쌓여져 벗길 수 없는
차마 울수도 없는 옹이가 되어 푸석한 핏빛 멍울들을
빗물에 기대어 흘려 보내며
질척이는 한밤을 지새기도 했었다
너는 언제나 절대빈곤의 철학자인양 씨익 웃으며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살고
나는 너의 발자국을 따라
오늘도 터벅 터벅 길을 찾아 거닌다
너를 외면하려 애써보지만 너는 나를 부르고 있다
긴머리 휘날리며 자음의 몸짓으로 부르다 허공을 향해 운다
갸름한 모음의 몸짓으로 울다 푸른 여백으로 사라진다
이젠 더 이상 숨을곳이 없는 헛헛한 가을들판에 선 너와 나의 혼불이여
샹송이 춤추는 갤러리카페의 비엔나 커피 두잔을 마셔도
늙은 숫소의 울음끝에 매달린 허무의 살점인양
괜스레 어금니 한쪽 휑하니 시려오고 눈물이 핑도는
서럽고 서러운 너와 나의 그리움이여
사랑이여 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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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어찌들 보내시는지요?
귀한 시 한 수
마음을 적실 수 있다면.....
윤인환 시인님의 귀한 시 한 수로 가슴 훈훈한
커피 한 잔과 어우러지는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