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역사 이야기

茶에 푹 빠진 다산과 추사

맑은물56 2010. 3. 24. 16:45

茶에 푹 빠진 다산과 추사

’한국의 차 문화 천년 1,2’ 출간

“나는 스님을 보고 싶지도 않고 또한 스님의 편지도 보고 싶지 않으나 다만 차(茶)의 인연만은 끊어버리지도 못하고 쉽사리 부수어버리지도 못해 또 이렇게 차를 보내달라고 조르게 되오. (중략) 두해 동안 쌓인 빚을 모두 챙겨 보내되 더이상 지체하거나 어김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거요”(추사 김정희가 차의 명인인 초의 선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요즘 차를 탐내어 약물 삼아 마시고 있습니다. (중략) 고통이 많은 이 세상 중생을 제도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시를 베푸는 일이며, 이름난 산의 좋은 차를 몰래 보내주는 것은 가장 상서로운 일이라오. 모쪼록 목마르게 바라고 있음을 생각하고, 은혜 베풀기에 인색하지 말기를”(강진에서 귀양 살던 다산 정약용이 승려 아암에게 보낸 편지에서)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이 각각 교분을 쌓던 승려에게 남긴 편지는 그들이 차를 각별하게 아꼈음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차 문화 관련 기록을 모아 번역한 ’한국의 차 문화 천년 1,2’(돌베개 펴냄)이 최근 출간됐다.

1권에선 다산 정약용, 초의 선사, 추사 김정희 등 모두 44명의 차시(茶詩)를 수록했으며 2권에선 이익의 ’다식(茶食)’, 이덕리의 ’기다’ 등 29명의 차에 관한 글과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에서 뽑은 차에 관한 기록을 담았다.

차의 재배와 보관, 끓이고 마시는 법, 다구(茶具)의 종류와 용법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담은 글도 많다.

이덕리와 정약용은 차를 단순한 문화적 기호품이 아니라 국가적 산업으로 생각했다. 특히 이덕리는 ’기다(記茶)’에서 호남과 영남에서 차를 생산하지만 찻잎을 따서 쓸 줄을 모른다고 하면서 차를 이용해 상공업을 부흥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방도를 제안했다.

차의 효능을 건강법에 활용하기도 했다. 안정복은 ’수다설(漱茶說)’에서 음식을 먹은 뒤 차로 입을 헹구는 법에 대해 썼고 이덕리는 차가 감기, 체증, 식중독, 복통, 설사, 이뇨 작용, 학질과 역병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영호남의 연해안 지방에서 나는 것은 아주 고품격이라 중국의 강소와 절강 및 회남과 회북 등 명차의 산지에 비해 별로 못하지 않다. (중략) 정말로 바른 방법으로 품종을 구입해 재배하고 알맞게 덖어 제조한다면 석화차나 자순차 같은 명품을 우리나라에서 얻지 못할 것도 없다”고 평하고 있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학자 6명이 참여했으며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문헌을 모아 모두 6권을 펴낼 예정이다.

1권 328쪽, 2권 408쪽. 1권 2만원, 2권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