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맑은물56 2010. 2. 19. 14:55

금강스님 저/불광출판사

 

 

  아름다운 소통이 있는 글이다.  대중과 미황사의 원활한 의사소통, 건강하고 투명하며 밝고 명랑하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땅끝마을 해남' 그 곳에 있는 아름다운 천년의 고찰 '미황사' 와 그만큼 아름다운 '금강스님'의 이야기.  사찰이라 하면 자칫 대중과 동떨어져 '그들만의 사찰' 이 되기 쉬운데 미황사는 일주문을 활짝 열어 놓고 마을로 걸어 나온다.  거짓없는 대지와 산과 바다와 하나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서 희망과 고민을 나누고 정을 쌓아간다. 그래서 미황사의 주인은 주지스님이라기 보다는 인근 삼동네 주민들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지 템플스테이(산사체험)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시간이나 만만치 않은 비용문제로 미루고 또 미루었는데 미황사에서의 템플스테이라면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금강스님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마음 수행의 길,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꿈의 산책로를 거닐며 느리게 느리게 자연속에서 심신의 이완을 느껴보고 싶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빠질 수 없다는 운력 (노동)에도 동참하고 싶다.  풀을 뽑고 마당을 쓸고 쓰레기를 줍는 동안 분명 자신의 몸과 마음도 함께 정화되어 개운해질 것이다. 이 또한 자기수행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폐교위기의 아랫마을 서정분교를 살려낸 일화는 찡한 감동을 일으킨다.  전교생이 다섯 명이던 것을 육십 여 명으로 되살려낸 금강스님의 노력. 사십 여 분이 걸리는 곳에서 통학해야하는  아이들을 위해 예쁜 스쿨 버스를 마련하기까지의 동분서주했던 스님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이 없는 농어촌은 이미 희망을 꿈꿀 수가 없으며 그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농어촌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고 있던 스님은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원하고 나선다.

 

  미황사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차 한잔과 함께 건내는 편안하고 따뜻한 미소.  하루에도 어찌나 많은 차를 따르는지 '몸이 차로 가득 차, 바늘로 손끝을 찔러보면 푸른 찻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금강 스님의 말씀,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시가 또 있을까. 미황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한문학당' 이나 집중수행인 '참사람의 향기' 에서도 꼭 1시간씩의 차마시는 시간을 넣는다고 하니, 스님의 차사랑은 참으로 열렬하다.  스님이 따르는 차 한 잔은 단순한 찻물이 아니라 참다운 소통과 휴식과 치유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강스님이 미황사에서 10년 넘게 주지를 맡아오면서 일궈어 낸 초등 한문학당, 중등문화학교, 템플스테이, 참선 수련회, 작은 음악회 등은 대중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며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낭만 가득한 멋진 순례길을 책 속에 제시해 주는데 따로 공책에 적어두어야겠다.  땅끝마을에서 미황사까지 다섯 시간 정도 걸어와 미황사에 머물겠다고 하면 아무 조건없이 언제든지 쉴 곳을 내어주겠다 하신다.  햇살 좋은 어느 날,  나는 이 책을 배낭에 넣어 매고 스님이 적어 준 순례길을 따라 미황사까지 꼭 닿고 싶다.  그리고 스님께 작설차 한 잔 청해야지.  큰 소리로 장담하셨으니 모른 척 하지는 않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