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이현보의 어부사 2 - 어부가 단가 5장

맑은물56 2010. 1. 25. 00:43

어부가(漁父歌)


이현보(李賢輔)



이듕에 시름업스니 漁父(어부)의 生涯(생애)이로다.

一葉片舟(일엽편주)를 萬頃波(만경파)에 워 두고,

人世(인세)를 다 니젯거니 날 가주를 알랴.             <제1수>


구버 千尋綠水(천심녹수) 도라보니 萬疊靑山(만첩청산)

十丈 紅塵(십장 홍진)이 언매나 롓고,

江湖(강호)얘 月白(월백)거든 더옥 無心(무심)얘라.    <제2수>


 靑荷(청하)애 바 고 綠柳(녹류)에 고기 여

 蘆荻花叢(노적 화총)에  야 두고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를 어 부니 아실고.        <제3수>


 山頭(산두)에 閑雲(한운)이 起(기)고 水中(수중)에 白鷗(백구)이 飛(비)이라.

 無心(무심)코 多情(다정)니 이 두 거시로다.

 一生(일생)에 시르믈 닛고 너를 조차 노로리라.         <제4수>


長安(장안)을 도라보니 北闕(북궐)이 千里(천리)로다.

漁舟(어주)에 누어신 니즌 스치 이시랴.

두어라, 내 시 아니라 濟世賢(제세현)이 업스랴.         <제5수>

                                                             <농암집(聾巖集)>



이 중에 시름 없으니 어부(漁父)의 생애(生涯)이로다.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 두고,

인세(人世)를 다 잊었거니 날 가는 줄을 알랴.             <제1수>


굽어보는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십장홍진(十丈紅塵)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제2수>


청하(靑荷)에 밥을 싸고 녹류(綠柳)에 고기 꿰어

노적화총(蘆荻花叢)에 배 매어 두고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를 어느 분이 아실고.        <제3수>


산두(山頭)에 한운(閑雲)이 기(起)하고 수중(水中)에 백구(白鷗)이 비(飛)이라.

무심(無心)코 다정(多情)하니 이 두 것이로다.

일생(一生)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으리라.         <제4수>


장안(長安)을 돌아보니 북궐(北闕)이 천리(千里)로다.

어주(漁舟)에 누어신들 잊은 때가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濟世賢)이 없으랴.         <제5수>


[시어, 시구 풀이]

 이듕에 : 이 속에. 이러한 생활 속에

 생애(生涯) : 여기서는 ‘생활’의 뜻임

 일엽편주(一葉片舟) : 아주 작은 한 척의 배

 만경파(萬頃波) : 너르고 너른 바다. 만경창파(萬頃蒼波)

 니젯거니 : 잊었거니

 날 가주를 : 날이 가는 것을. 세월이 흐르는 줄을

 구버 : 굽어는. 굽어보니

 천심녹수(千尋綠水) : 천 길이나 되는 깊고 푸른 물

 만첩청산(萬疊靑山) : 겹겹이 쌓인 푸른 산

 십장홍진(十丈紅塵) : 열 길이나 되는 붉은 먼지. 여기서는 ‘어수선한 세상사’를 말함

 언매나 : 얼마나

 롓고 : 가리었는가

 무심(無心)얘라 : 무심하구나

 장안(長安) : ‘서울’을 일컬음


[전문 풀이]

 이러한 생활(어부 생활) 속에 근심 걱정할 것 없으니 어부의 생활이 최고로다.

 조그마한 쪽배를 끝없이 넓은 바다 위에 띄워 두고,

 인간 세사를 잊었거니 세월 가는 줄을 알랴.


 아래로 굽어보니 천 길이나 되는 깊고 푸른 물이며, 돌아보니 겹겹이 쌓인 푸른 산이로다.

 열 길이나 되는 붉은 먼지(어수선한 세상사)는 얼마나 가려 있는고.

 강호에 밝은 달이 비치니 더욱 무심하구나.


 연잎에 밥을 싸고 버들가지에 고기 끼워

 갈대와 억새풀이 가득한 곳에 배 매어 두고

 자연의 참된 의미를 어떤 사람이 알 것인가?


 산봉우리에 한가로운 구름이 일고 물 위에 갈매기 난다.

 아무런 욕심 없이 다정한 이는 이 두 것이로구나.

 일생의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멀리 서울을 돌아보니 경복궁이 천 리로다.

 고깃배에 누워 있은들 (나랏일을) 잊을 새가 있으랴.

 두어라, 나의 걱정이 아닌들 세상을 건져 낼 위인이 없겠느냐?


[핵심 정리]

 지은이 - 이현보(李賢輔 1467-1555) 호는 농암(聾巖).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본받아 귀거래사를 지었다. 향리에 은퇴하였다가 명종의 부름을 받았으나 거절하였다. 저서로는 <농암집(聾巖集)>이 있고, 작품으로 “어부가”, “효빈가(效嚬歌)”, “생일가(生日歌)” 등이 전한다.

 갈래 - 연시조(전 5수로 됨)

 율격 - 3(4)․4조. 4음보

 성격 - 자연 친화적. 한정가(閑情歌)

 구성

   제1수 - 주제 : 인세(人世)를 잊은 어부의 한정(閑情)>

      초장 : 시름 없는 생활→어부의 생애[기]

      중장 : 어부의 풍류[승]

      종장 : 유유자적(悠悠自適)[전·결] 


   제2수 - 주제 : 강호에 묻혀 사는 유유자적의 생활

      초장 : 천심녹수(千尋綠水)↔만첩청산(萬疊靑山)-대구(對句)[기]

      중장 : 십장홍진(十長紅塵)→세상사=우국(憂國)[서]

      종장 : 강호(江湖)의 생활→유유자적(悠悠自適)[결]


   제3수 - 주제 : 자연의 참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적음을 탄식함


   제4수 - 주제 : 근심을 잃고 한가롭게 지내고 싶은 소망


   제5수 - 주제 : 우국충정

      초장 : 연군지정(戀君之情)[기]

      중장 : 우국충정(憂國衷情)[승]

      종장 : 제세현(濟世賢) 출현 갈망[전·결]

 제재 - 어부의 생활

 주제 - 강호에 묻혀 사는 어부의 한정(閑情). 자연을 벗하는 풍류적인 생활

 의의 - 효종 2년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영향을 끼쳤다. 

 기타 - “어부가(漁父歌)”는 일찍이 고려 때부터 12장으로 된 장가와 10장으로 된 단가로 전해져 왔는데, 이현보(李賢輔)가 이를 개작(改作)하여 9장의 장가, 5장의 단가로 만들었다.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일찍이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오던 것을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가 개작(改作)한 것이다. 여기 실은 작품은 어부 단가 5장(漁父短歌五章) 가운데 세 수인데, 농암의 어부가는 한자어가 많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결점을 지녔으며, 정경의 묘사도 관념적이다. 후에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영향을 준다.

 생업을 떠나 자연을 벗하며 고기잡이 하는 풍류객으로서의 어부의 생활을 그린 이 작품은, 우리 선인들이 예부터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운치 있는 생활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 속에 묻혀 은일(隱逸)을 즐겼을망정 마음 속에는 인간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니, ‘人世(인세)를 다 니젯더니’와 ‘니즌 스치 이시랴’라 한 것은 임금에 대한 충성을 표현한 것으로 애국 충정을 나타낸 것이다. 정경의 묘사나 생활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나타냄이 없이 ‘千尋綠水(천심녹수), 萬疊靑山(만첩청산)’과 같이 상투적인 용어를 구사하여 관념적으로 어부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출처 : 한국정가진흥회
글쓴이 : 푸른 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