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마(驛馬)ㅡ김동리
★줄거리
남사당 패 우두머리가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주막집 홀어미와 하룻밤의 인연을 맺는다. 그는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40여 년만에야 어린 딸 계연이를 데리고 화개에 들른다. 옛 주막집에는 그 홀어미 대신 딸이 환대한다.
화개 장터에서 주막을 꾸려 가며 사는 옥화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쌍계사에 보내 생활하게 하고 장날에만 집에 와 있게 한다.
어느 날,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주막에 맡기고 장삿길을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결혼시켜 역마살을 막아 보려는 심정에서 성기와 계연이 가깝게 지내도록 한다. 계연으로 하여금 성기의 시중도 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계연의 귓바퀴에 난 사마귀를 보고 놀란 옥화는 계연이 자신의 동생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두 사람이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다. 남사당 패 우두머리가 바로 체장수 영감이고, 옥화와 계연은 서로 이복 자매가 되는 예감이 든 것이다. 체장수 영감이 돌아옴으로써 예감은 맞게 되고, 옥화와 계연이 이복 자매임이 밝혀지게 된다. 36년 전, 옥화의 모와 하룻밤 관계한 체장수의 딸이 옥화임이 밝혀진 것이다. 서로 맺어질 수 없는 사이이기에 채장수 영감은 계연을 데리고 고향으로 떠나가게 된다. 이 일이 있은 후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고 병이 낫자 역마살을 따라 엿판을 꾸려 집을 떠난다.
★등장인물
* 성기: 화개장터 주막집 옥화의 아들. 역마살을 타고난 운명적 인물. 계연에게 사랑의 감
정을 느꼈으나 자신의 이모임을 알고 자신의 팔자에 따라 장돌뱅이로 나선다. 정
적인 인물
* 옥화: 주막집 주인. 성기의 모. 계연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자신의 동생임을 알
고 성기를 설득하나 실패함.
* 계연: 체장수 영감이 나이 50이 넘어 낳은 딸. 옥화의 이복 동생. 성기를 사랑하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떠남.
* 체장수: 계연의 부. 역마살이 낀 인물로 36년 전 옥화의 어머니와 관계한 일이 있음.
★핵심정리
* 갈래: 단편 소설. 순수소설.
* 구성: 단순 구성, 입체적 구성
* 배경: 전라·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화개 장터
* 상징: 역마(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화개(남녀간의 사랑)
* 특징: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인생'과 '길'의 유사성을 보여 줌
*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성격: 무속적, 운명적
* 문체: 간결체, 화려체
* 출전: <백민(白民)>(1948)
★구성
* 발단: 옥화는 아들 성기의 역마살을 없애려 노력하고, 체 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옥화에
게 맡기고 장사를 떠남.
* 전개: 성기와 계연은 서로 사랑하게 됨.
* 위기: 옥화가 계연의 왼쪽 귓바퀴의 사마귀를 발견하고 동생이 아닐까 하는 예감을 가지
게 됨.
* 절정: 계연이 성기의 이복 이모임이 밝혀지고, 둘의 사랑이 운명적으로 좌절됨.
* 결말: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고 병이 낫자 운명에 순응, 길을 떠남.
★해설
이 소설의 테마는 역마살(驛馬煞)로 대변되는 운명론이다. 남사당과의 하룻밤 인연의 소산인 옥화는 다시 떠돌이 중[僧]과의 인연으로 성기를 낳는다. 성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역마살을 풀어 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기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소설은 종결된다.
사실성을 요구하는 소설의 관습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우연으로 점철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루 저녁 놀다 간 남사당(현재의 채 장수)에게서 옥화를 낳은 할머니, 떠돌이 중[僧]으로부터 성기를 낳게 된 옥화, 마침내 엿목판을 메고 유랑의 길에 오르는 성기 등 삼대(三代)에 걸친 역마살의 내력이나, 옥화와 계연의 만남, 옥화가 계연이 자기의 이복동생임을 알아차리는 계기 등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우연들은 김동리의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운명의 지위로 올라선다. 이 소설에서 등장 인물들의 삶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이미 운명적으로 주어져 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단단한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토속적인 삶과 그 운명이 시적(詩的)으로 승화된 이 작품은『무녀도(巫女圖)』,『황토기(黃土記)』,『바위』등의 작품과 함께 김동리의 운명론적 문학관을 나타내 주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김동리 <역마>
❐ 화개장터와 운명의 순환성
‘화개 장터’는 3대에 이르는 가계의 사건이 벌어지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삶에서 상징적 공간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개 장터는 성기의 외할머니가 하룻밤 놀다간 젊은 남사당패와 정을 통하고 옥화를 갖게 된 장소이며, 옥화마저 떠돌이 승려와 인연을 맺어 성기를 잉태한 장소이다. 뿐만 아니라 성기마저도 어머니의 이복 여동생인 계연과 부부의 연까지 맺을 뻔한 장소이다. 즉 이 가족들이 비슷한 사건들을 생산해 내는 장소인 것이다.
이처럼 화개 장터가 갖는 가장 흥미로운 성질은 대를 잇는 운명의 순환성에 있다. 일회적인 만남에서 정을 통하게 되어 일생에 지우지 못할 추억과 연민을 갖게 하고 결국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문제 더 풀어보기
1. 다음은 이 작품의 앞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의 주제를 바르게 말한 것은?
체 장수 영감은 딸 계연을 옥화네 주막에 맡기고 떠난다. 옥화는 계연과 아들 성기를 결혼시켜 아들의 역마살을 풀려고 하고 계연과 성기는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어느 날 옥화는 계연의 사마귀를 발견하고 자신의 동생이 아닐까 하는 예감을 하게 되고, 체 장수 영감이 돌아오면서 사실로 밝혀진다. 이후 체 장수 영감은 계연을 데리고 고향으로 떠난다. |
➀ 삶에 대한 부정과 허무정신
➁ 삶의 우연성과 낭만에 대한 탐구
➂ 예술가의 삶의 애환과 슬픔의 표현
➃ 거대한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상 조명
➄ 운명에 순응하며 자연의 질서 속에 귀속되는 삶
2. ‘성기’가 훗날에 자서전을 쓴다고 할 때, 이 글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➀ 그 때 내가 심하게 앓았던 것은 계연과의 일에 대한 깊은 충격 때문이었다.
➁ 돌이켜보면,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 같다.
➂ 내가 그 때 엿판을 맞춰 달라고 한 것은 계연을 찾아 떠나려는 나의 절실한 마음의 표현이었어.
➃ 어머니가 사마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을 때, 나는 계연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➄ 그 때 세 갈래 갈림길에서 내가 하동 쪽으로 간 것은 계연과의 이별을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 ‘그도 제법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의 의미로 적절한 것은?
➀ 떠돌이 생활의 시작 ➁ 현실에 대한 절망과 체념
➂ 선행을 통한 구원 ➃ 현실에 대한 도피
➄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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