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보이차에 관심을 가지고 보이차를 배우려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질문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초보자들의 보이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간 경험담을 바탕으로 상식적인 내용 몇 가지를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1. 왜 보이차를 마시려하는가?
보이차에 관심을 가지고 보이차를 마시려는 사람들의 의견은 참으로 다양하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은, 몸에 좋다고 하니 마셔보려 한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체중조절과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해서, 나이든 중년 여성들은 속이 냉하고 손발이차고 변비가 있는데, 보이차를 마시면 속이 편해지고 손발이 따듯해진다고 해서, 나이든 분들은 차가 좋기는 좋은 것 같은데, 녹차나 오룡차를 마시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꺼리는 편인데, 보이차는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없다고 해서, 술꾼들은 숙취에 좋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혈압. 당뇨. 심장병 등에 좋다고 해서, 기공이나 내공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생차의 차기가 좋아서, 학생들은 머리를 말게 해준다고 해서, 극소수 이지만 심지어는 생차가 정력에 좋다고 해서 마시려 한다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다들 나름 데로 건강을 생각해서 보이차를 마시는 것은 좋은 일이다. 차는, 보이차든, 녹차든, 오룡차든, 어떤 차든지, 찻잎에 함유된 여러 성분들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가 만병통치약이 아닐뿐더러 과용하거나 오용하면,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과유불급”(過有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차도 자신의 체질이나 음식, 생활 습관에 따라서, 맞는 차를 적당히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 한다.
보이차의 효능에 관한 글은 다른 곳에도 많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자료가 필요한 사람은 초의다실 블로그에 효능. 성분에 관한 약간의 자료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2. 어떤 보이차가 좋은 차인가?
“좋은 차는 비싸다. 그러나 비싼 차라고 다 좋은 차는 아니다.” 얼핏 들으면 모순된 말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싼 것이 비지떡”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너무 싼 것을 사려다가 품질이 떨어지는 차를 구입할 수 있으니, 좋은 물건을 제값에 사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중국 상인들도 “일분전 일분화”(一分錢 一分貨)라는 말을 한다. 물건에 따라서 값이 다르다는 말이다. 물론 같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판매하는 장소나, 사람에 따라서 값이 다를 수는 있다.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보이차 가게를 하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다.
가게를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차 값을 다른 가게 보다 좀 싸게 팔아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이윤을 적게 부쳐서 판매를 했었는데, 어느 날 어떤 손님이 와서 묻기를, 좋은 보이차 있는가? 얼마짜리 있는가? 몇 년이나 되었는가? 물어서 15만원하는 차가 마실 만 하다고 추천 하였더니, 그런 차를 어찌 마시느냐고 담에 좋은 차 들어오면 오겠다고 그냥 갔는데, 며칠 지나서 그 손님이 다시 들렀을 때, 15만원에 0을 하나 더 부쳐서, 150만원하는 좋은 보이차가 있는데 맛 볼 거냐고 했더니, 그 정도는 되어야지 마실 만하지 않겠느냐며 맛 본 후 좋다며 한 푼도 깍지 않고 사갔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황당한 일도 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아서 결국은 보이차 시장이 혼란스럽게 되고, 보이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본인의 입맛에 맞고, 마시면 몸에 편안함이 느껴지는, 적당한 값의 차가 좋은 차라고 생각 한다. 몇 십 년 이상 건창으로 잘 숙성한 일부 호급(號級) 인급(印級) 보이차들은 부르는 것이 값이다. 무게로 치면 황금보다 더 비싼 차들이다. 값을 떠나서 좋은 보이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보이차는 박물관이 제 자리이지, 마셔 없애버릴 차가 아니라 생각한다.
3. 평소 가정에서 보이차는 어떻게 우려야 좋은가?
보이차를 즐기려면, 몇 가지 차 도구가 필요하다. 먼저 보이차는 끓는 물에 우려야 하므로 보온성과 통기(通氣)성이 좋은 자사호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간단하게 컵에 우려 마셔도 되지만, 자사호를 권한다. 자사호는 관리, 즉 양호(養壺)를 잘 하여야 한다. 반드시 차 종류마다 자사호를 따로 사용해야 한다.
다음으로 물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주로 보온 겸용 전기 포트를 사용하는데, 차를 우리기전에 반드시 새물을 붓고 끓여야 한다. 물이 종일 끓었다 식었다 한 물은 과숙이 되어 차를 우리는데 적합하지 않다.
여름철에는 뜨거운 차 마시기를 꺼려한다. 보이차를 큰 주전자에 넣고, 낮은 불로 5분정도 끓은 후, 식혀서 냉장 보관하여 마셔도 좋다. 단 냉장고에 너무 오래 두거나 차가운 차를 장기간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아직 숙성이 덜된 청병 보이차는, 물 온도를 약간 낮추어서 우리는 것이 좋다.
혹, 품질이 떨어지는 숙차를 구입하였다면, 잘게 부셔서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서 한동안 두었다가 숙미(熟味)가 제거된 후 마시는 것이 좋다.
마시는 숙차가 맛이나 기운이 너무 맹한 느낌이 들면, 생차를 조금 섞어서 우리는 것도 좋다.
마시는 숙차가 맛과 향이 너무 역겹거나, 여러 번 우려서 잘 우러나지 않을 때는 국화를 한 두 송이 넣고, 다시 우리면, 탁한 향이 사라지고 마실만하다. 국화와 보이차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차를 다 우려 마신 후에는, 자사호를 깨끗이 씻어서 잘 말려 두어야 한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 후 1~2시간이 지난 후 차를 마셔야 한다.
보이차는, 공복이든, 저녁시간이든, 언제 마셔도 좋다. 그러나 생차는 공복이나 저녁 시간에는, 농도를 낮추어서 가볍게 마시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은, 보이차를 진하게 뻑뻑할 정도로 우려서 마시는데, 좋은 음다 습관은 아니다.
4. 보이차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가?
초의다실 블러그에 보이차의 숙성과 보관 방법에 관한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5. 보이차 공부하려면?
보이차를 제대로 배우기란 쉽지 않다. 짧아도 3년 이상은 열심히 공부해야만 좀 보일 것이다.
나도 처음 보이차를 배울 때, 서적도 스승도 없이 혼자서 발품을 팔고 수도 없이 학비?를 치르고서야 겨우 눈을 뜨게 되었다. 요즘에는 보이차가 대중화되어 주변에 경험자도 많고 서적이나 인터넷 등에 보이차에 관한 정보가 많으니 이전 보다는 공부하기 쉬워졌다. 보이차를 공부하는데 달리 왕도나 묘수는 없다.
내 경험에 비추어 조언 한다면:
많이 보아야 한다. (多看) 다양한 보이차를 많이 보아야 한다.
많이 들어야 한다. (多聽) 단, 제대로 아는 사람으로부터 들어야 도움이 된다.
많이 물어야 한다. (多請) 모르는 것은 허물이 아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병이다.
다양한 보이차를 고루 품해봐야 한다. 또한 좋은 차를 마셔 보아야만 안목이 는다. 마셔본 만큼 알 수 있다.
몇 년 전 대구에서 무역하는 사람이 자칭 보이차 전문가라고 나를 찾아 왔다. 좋은 차를 좀 마셔보자고 해서 마실만한 좋은 차를 대접하였더니 고개를 꺄우뚱 거리면서 “어! 이 맛이 아닌데.......” 뭐 더 좋은 차가 있으면 다시 맛보자고 해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전문가라서 다르긴 다르군....... 다음에는 수 십 년 묵은 건창 청병을 우려 드렸더니, “어! 이 맛도 아닌데......” 나는 순간 당황했었다.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좋은 보이차를 마시기에....... 한참 후 일반적인 저가품 숙병을 우려 드렸더니, “아! 바로 이 맛이여......”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품차를 해봐도 비슷한 것 같아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두 가지 차를 똑 같은 조건에 우려서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오랫동안 담가 두라. 차가 뜨거울 때는 향이 잘 느껴지고, 식은 후에는 맛이 정확히 느껴진다. 차를 오래 우려서 차 맛이 진해지면 맛 차이가 드러난다. 오래 담가 두어서 진하게 우러난 차가 목에 걸리지 않고 잘 넘어 가면 틀림없이 좋은 차이다.
품차 하는 공부 외에도 이론 공부도 충실히 해야 한다. 보이차의 역사. 산지의 기후 조건. 제다과정. 성분과 효능. 보관숙성 방법. 등등.......
6. 보이차 구입할 때, 품차 할 때 유의사항 몇 가지
보이차를 구입하려할 때 무엇을 먼저 보는가?
나는 오랫동안 중국에서 중국 상인들을 상대하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비결이 있다. 차를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그 사람을 먼저 유심히 관찰한다. 과연 이 사람이 차를 취급할 만한 사람인가, 좋은 차를 가지고 있을 만한가, 믿고 거래를 해도 될 만한 사람인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난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속지 않는 지름길임을 경험으로 터득 하였다.
차를 품한 후 확실한 느낌이 오기 전에는, 절대 생산년도니, 가격이니, 수량이니, 하는 등 애기는 듣지도 묻지도 않는다. 품차 전에 다른 정보가 입력되면 안목이 흐려진다.
보이차를 품평하는 기준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내 나름 데로 몇 가지 기본 사항을 정리해 보겠다.
1) 숙성방법: 속성발효(악퇴발효)인가, 자연발효(건창)인가, 습창을 했는가, 안했는가를 알아야 한다.
2) 산지: 어느 지방에서, 어느 때, 어떻게 만들었고, 어느 차창에서 출품 하였는가를 알아야 한다.
3) 차청( 찻잎 등급)은 교목인가, 관목인가, 봄 차인가, 가을 차인가, 병배(拼配 찻잎을 섞는 것을 말함)를 몇%한 차인가를 알아야 한다. 초보자 입장에서 여기까지 다 알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문제 이다. 왜냐하면, 차청(찻잎) 등급에 따라서 값이 몇 곱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4) 외형: 포장상태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포장지와 내표 내비 등을 살펴본다. 그런 다음에 차를 본다. 먼저 빛깔을 보면 청병이든, 숙병이든, 깨끗하고 윤기가 나는 차가 좋은 차이다. 탁하고 어둡거나 매변(곰팡이)이 생긴 차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보이차는 미생물의 대사(代謝)작용에 의한 발효차이므로, 곰팡이가 핀 차가 다 품질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더러 내습으로 인하여 병차 내면에 금화.金花) (마치 송화가루 같은 작은 가루나 덩어리가 있다.)가 핀 차들이 더러 있다. 주로 흑차 계열의 부전차나 강전 등에 많이 나타난다. 혹은 포장지에 좀이 슬었거나, 병차에 차 벌레가 구멍을 뚫은 흔적이 보이는 차들도 있다. 이런 차들이 못 마실 차는 결코 아니다. 오래 보관하다 보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차들이 의외로 삭은 맛이 나며 달고 부드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차는 뒤 여운이 부족하고 차기(茶氣)가 없다.
예전에 생산한 차들 가운데 유통기한이나 생산 일자가 표기된 차들이 있다. 보통 유통기한이 2년으로 표기 되었는데, 요즘에는 유통기한의 표기 대신 오래 묵힐수록 좋다는 표기가 되어있다. 그러나 포장지는 100% 신뢰할 수 없다. 후에 포장지를 바꿔서 생산년도를 다르게 표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이차 고수는 차를 우리기 전에 차를 보고 냄새만 맡아보아도, 생차인지, 숙차인지, 대략 몇 년 정도 숙성 시킨 차인지, 맛과 향이 어떤지를 대충 알 수 있다. 보이차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품차를 하면서 탕색. 맛. 향. 엽저 등을 살펴보면 대략 알 수 있다.그러나 하수는 품차를 해봐도 설명을 해줘도 잘 이해를 못한다.
5) 탕색: 탕색을 볼 때는 흰 종이를 깔고, 흰 종이 위에 유리 숙우에 올려놓는다. 투명도를 보기 위함이다. 탕색이 맑고 투명한 차는, 흰 종이 위의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생차는 숙성 년도에 따라서 탕색이 홍갈색으로 진해진다. 탕색을 보면 대충 숙성 년도를 짐작할 수 있다. 건창(자연발효)한 생차는 대부분 탕색이 맑고 투명하다. 숙차(속성발효)는 생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탕색이 어둡고 탁하며 투명도가 떨어진다. 반생반숙 차나, 년도가 오래된 숙차는, 탕색이 그런 대로 맑고 투명하다. 보이차는 생차. 숙차 모두 여러 번 우려서 탕색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차는 처음에는 진하게 우러나고 갈수록 탕색이 엷어진다.
6) 맛: 차를 우리다 보면 같은 차라도 우리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진다. 또한 사용하는 다관이나 물, 차를 넣는 양에 따라서 다르며, 계절에 따라서도 그 맛이 변한다. 같은 차라도 앞면. 뒷면. 겉과 속에 따라서 조금씩 맛이 차이가 있음을 참고 해야 한다.
3~5년 정도의 정상적인 숙차(속성발효)는, 대체적으로 맛이 부드럽고 마실만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차는, 역겨운 맛이 목에 걸린다. 생차는 숙성 년도나 사용한 찻잎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심하다. 생차가 제 맛이 들려면, 정상적으로 건창으로 숙성할 경우 최소한 20~30년은 지나야 한다. 숙성 년도에 따른 차 맛의 변화는 초의다실 블러그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좋은 차는 맛이 달고 깨끗하며, 마시고난 후에도 뒤 여운이 좋으며, 몸에 느낌이 편안하다. 그러나 품질이 떨어지는 차는, 떫고 탁하며 찌르는 듯한 자극성이 느껴지며, 마신 후에도 목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있으며, 속이 편치 않다. 차탕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혹, 품질이 미심적은 차는 오랫동안 담가 두었다가 마셔 보라. 목에 걸리지 않고 넘어가면, 마실만한 차라고 생각하면 쉽다.
7) 향: 보이차에는 여러 가지 보이차 특유의 차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묵은 차는 진향(陳香)이라고 하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장향(樟香) 대추향(棗香) 삼향(蔘香) 침향(沈香) 용안향(桂圓香) 등이 있다. 이런 보이차의 향기는 오랜 숙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향이다. 향료를 첨가한 향이 아니다. 보이차의 향기의 형성과 변화는 찻잎에 함유된
여려 성분들의 복잡한 작용에 의해서 생겨난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대체적으로 건창으로 잘 숙성된 청병에서는 장향 계열의 향이 나며, 반생반숙 계열의 묵은 차에서는 대추향이나 침향 등이 나며, 잘 익은 숙차 계열에서는 삼향 등이 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차의 장향은, 장목(녹나무) 숲에서 자란 차나무에 오랜 세월 장향이 배어서 그런 향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장향을 말한다면 잘못 이해하고 있다.
8) 우려낸 후 찻잎 보기: 평소 차를 마시면서 소홀히 하는 것이 엽저(葉底)를 살피는 일이다. 반드시 차를 다 우린 후에는, 꼼꼼하게 차 찌꺼기를 살펴봐야 한다. 엽저를 살펴봐야만, 사용한 찻잎을 알 수 있고, 생차인지, 숙차인지, 어느 정도 병배(찻잎을 섞는 비율)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생차는 숙성년도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탕색과 엽저의 빛깔은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옳다. 생차의 엽저는 손으로 문질러 보면 잘 문질러지지 않는다. 숙차의 엽저는 잘 부셔진다.
7. 보이차의 고수들
20여년 차를 가까이 해오면서 수많은 다인들과 명차들을 만나보았다. 중국차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때에는, 한국 지리산 야생차가 최고라고 생각하였다. 10년 전, 중국생활을 시작할 때, 지리산 야생차의 맛을 못 잊어서 한동안 지리산 야생차를 가져다 마셨다. 중국 명차 들를 접하면서부터 더 이상 한국에서 지리산 야생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 취향은 평소 오전에는 서호용정과 태평후괴 등 녹차를, 오후에는 철관음을, 저녁에는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
보이차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수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을 만나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별난 보이차 고수는, 중국 심천에서 보이차를 전문으로 소장하는 중국 사람이다. 그 사람은 보이차 따르는 소리만 듣고도 숙성 년대를 정확히 알아보는 고수였다. 나는 차 외형을 보고 냄새를 맡아 보아야 겨우 숙성년도를 가름할 수 있다. 나도 호기심에 숙성년도가 각기 다른 차를 따르며 청각을 곤두세우고 느껴보았지만 터득하지 못했다. 나는 하나씩 배워가면서(學而知之者) 터득 했지만, 그 사람은 타나고난 사람(生而知之者)이라 생각 된다.
나와 인연이 되어 보이차를 공부하거나 보이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 한 사람 타고난 사람이 있다. 유렵에서 오랫동안 유학하면서 포도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데도 생차. 숙차. 대략 숙성년도. 보관상태. 맛. 향. 여운까지를 정확하게 감별해 내는 사람이다. 이 사람도 타고난 사람 같다.
그 외 스님들 가운데 숨은 보이차 고수가 많다. 스님들은 평소 육식이나 오신채 등 음식을 가려 드시니 감각이 예민해서 보이차를 정확히 품하는 안목이 있는 것 같다.
8. 마무리하며
나는 개인적으로, 보이차는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좋은 차라 생각한다. 보이차의 여러 성분들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의 체질이나 음식 습관 등에는 보이차가 맞을 것 같다.
보이차는 좋은 차이지만, 그간 유통 상의 문제와 보이차 제다공장의 위생문제 등으로 보이차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보이차 품질 관리도 많이 좋아 졌고, 유통 상의 문제도 줄어들었다.
현대인들은 늘 무엇에 쫓기듯이 바쁘게 살고, 차를 우리는 것이 번거로워서 차를 멀리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손쉽게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티백 보이차, 분말 보이차가 생산 되고 있다. 멀지 않아서 보이차 캔 음료까지 개발될 것 같다.
다우님들 모두 늘 차 한잔의 여유로움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기원하면서,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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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북경에서 공부 하면서 차와 다구를 판매도 하는 여상스님의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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