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1. 작가 : 박완서(朴婉緖, 1931.10.20~)
경기도 개풍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조부모와 숙부모 밑에서 보내고, 1944년 숙명여고에 입학하였다. 여중 5학년 때의 담임이었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한말숙과 교분이 두터운 친구가 되었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였다.
1953년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이후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6?25전쟁과 분단문제, 물질중심주의 풍조와 여성 억압에 대한 현실비판을 사회현상과 연관해서 작품화하고 있다.
처녀작 《나목》을 비롯하여 《세모》(1971) 《부처님 근처》(1973) 《카메라와 워커》(1975) 《엄마의 말뚝》(1980)을 통하여 6?25전쟁으로 초래된 작가 개인의 혹독한 시련을 냉철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산문정신으로 작품화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억압문제에 눈길을 주게 되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주목받았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연이어 사별하고 가톨릭에 귀의하였으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 자전적인 소설을 발표하면서 6?25전쟁의 오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막힘없는 유려한 문체와 일상과 인간관계에 대한 중년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이 결합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현실을 그려낼 뿐 아니라, 치밀한 심리묘사와 능청스러운 익살, 삶에 대한 애착, 핏줄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 대한 안정된 감각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성숙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이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9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1980),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1981),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상(1990)과 제3회 이산문학상(1991),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1993),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제25회 동인문학상(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제5회 대산문학상(1997),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로 제1회 황순원문학상(2001)을 수상했으며, 1998년 문화관광부에서 수여하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에 창작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1976) 《창 밖은 봄》(1977) 《배반의 여름》(1978) 《도둑맞은 가난》(1981) 《엄마의 말뚝》(1982) 《서울 사람들》(1984) 《꽃을 찾아서》(1986) 《저문 날의 삽화》(1991) 《나의 아름다운 이웃》(1991) 《한 말씀만 하소서》(1994)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이 있고, 수필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1977) 《혼자 부르는 합창》(1977) 《살아있는 날의 소망》(1982)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1990) 《어른노릇 사람노릇》(1998)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이 있다.
2. 작품의 줄거리
나는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세 번째 남자와 결혼하면서 지방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피난 시절 눈발 속에 웅장하게 서 있던 남대문의 '비장미의 영상'을 향수로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서울은 급격한 근대화의 도정 위에 놓여 있는 분주한 일상의 공간으로 비쳐진다. 더구나 물질주의에 전도된 그 속물적 공간은 남편과 동창들이 펼쳐 보이는 위장과 가식으로 점철된 환멸의 무대이다. 학창 시절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나 또한 이와 같은 세태를 살아가면서 변모를 겪어 간다. 그리고 이렇게 화자의 삶의 방식이 변모한 데는 전쟁 이후의 피폐한 삶과 그로 말미암은 윤리적 파탄의 상황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밑그림으로 놓여 있다.
3. 등장 인물의 성격
(1) 나 : 작품의 화자.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소녀였으나 가난한 기지촌 생활과 세 번의 결혼 등의 편력을 통해 현실적 감각을 갖게 된 중년 여인
(2) 남편들 : 첫 번째 남편은 교만한 중농, 두 번째 남편은 위선적인 지방대 강사, 세 번째 남편은 철저한 배금주의자로 각각 설정되어 있다.
(3) 동창들 : 고생고생하다 한 밑천 잡은 희숙, 직업 여성 영미, 고위층 남편을 가진 경희 등 모두 세속적인 중년여성들로 그려져 있다.
4. 작품의 구성 단계
(1) 발단 : 분주한 서울 생활에서 화자는 마음의 피로를 느낀다.
(2) 전개 : 동창들과의 만남. 어린 시절 각박한 삶에 대한 고백적 서술, 세 번에 걸친 결혼 생활의 내력이 소개된다.
(3) 위기 : 동창의 집을 찾은 화자는 화려한 살림살이와 세련된 동창의 포즈에 담겨 있는 가식과 속물성을 발견한다.
(4) 절정 : 우연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관광객 안애인의 말을 듣고 화자는 부끄러움의 감정을 되찾는다.
(5) 결말 : 화자는 모처럼 돌아온 부끄러움의 감정이 자신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5. 제목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의 의미
이 작품의 제목은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이다. 여기에서 '부끄러움'의 감정은 화자가 속물적인 세태 속에서 현실적으로 변모하기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감정을 상징하고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긴장감의 표현이며, 주체와 상황에 대한 반성적 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반면 전후의 폐허적 상황 속에서 출발한 급격한 근대화의 흐름은 정신적 가치를 외면한 채, 물질적인 개발에 치우치는 과도기적 불균형 상태를 드러낸다. 그와 같은 피상적 근대화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성은 상실되고, 물질적 가치만이 유일한 삶의 지표로 작용하는 전도된 가치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러한 세계는 외면적으로는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지만, '부끄러움'도 없이 추구되는 세속적 출세의 욕망과 금전적 가치 위에 구축된 허구적 삶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부끄러움'의 감정을 회복하는 것은 곧 이와 같은 추악한 현실을 반성적으로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목은 '전도된 가치의 질서 속에서 삶에 대한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환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감상의 길잡이
중년 여성을 화자로 내세워 물질적 가치에 전도된 형식적 근대화의 부정적 이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성이 상실되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사의 내력 및 결혼 생활에 대한 고백적 서술과 동창들의 피상적 삶에 대한 관찰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화자가 우연히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여자의 속삭임을 듣는 것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맞기에 이른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그 여자의 말로 인해 화자는 부끄러움의 감각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바, 그것은 물질적인 가치에 경도된 채 형식적인 근대화에 치중하는 현실적 상황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공백에 대한 뼈저린 자각을 의미한다. 마지막 장면은 세속적인 출세욕을 상징하는 각종 학원 간판의 밀림 속에서 돌연 부끄러움을 가르치자고 외치는 화자의 반어적 태도가 나타난다. 형식적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상실된 삶의 진정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계몽적 의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한편 '굳이 깃발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날려야 할 것 같다'는 표현에서는 그 절실함이 느껴진다.
7.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배경 : 1970년대 초반의 서울
(3)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4) 주제 : 형식적 근대화에 대한 비판과 삶의 진정성 회복에 대한 소망
(5) 출전 : <신동아>(1974. 8)에 발표
< 연구 문제 >
1. 나에게 있어 과거에 대한 향수의 구심점이었던 남대문의 영상이 초라한 것으로 퇴색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보자.
⇒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던 남대문은 화자에게 있어 그 자체가 미와 웅장함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피난살이의 고생스러움과 살풍경스런 현실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었는 바, 그러한 기억의 존재는 희망과 동경을 간직하는 한 가지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희망과 동경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부단히 변화시켜 나간다. 그리고 현실의 변화와 함께 희망과 동경은 그 현실적 근거를 상실해 간다. 곧 삶의 순수함은 시간의 침투와 더불어 와해되어 가는 것이다. 폐허의 공간이 개발의 현장으로 바뀌고, 피난살이가 분주한 일상의 생활로 변모하면서 남대문의 영상과 그것이 담고 있던 희망과 동경의 이미지는 그 현실적 근거를 상실해 간다. 가난한 유년의 삶과 기지촌의 각박한 생활,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속물적 군상들과의 부딪침의 과정은 세계에 대한 환멸감이 증폭되어 가는 과정인 바, 그에 따라 희망과 동경을 상징하던 남대문의 비장미의 영상은 초라하게 퇴색되어 버린 것이다.
열공!
1. 작가 : 박완서(朴婉緖, 1931.10.20~)
경기도 개풍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조부모와 숙부모 밑에서 보내고, 1944년 숙명여고에 입학하였다. 여중 5학년 때의 담임이었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한말숙과 교분이 두터운 친구가 되었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였다.
1953년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이후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6?25전쟁과 분단문제, 물질중심주의 풍조와 여성 억압에 대한 현실비판을 사회현상과 연관해서 작품화하고 있다.
처녀작 《나목》을 비롯하여 《세모》(1971) 《부처님 근처》(1973) 《카메라와 워커》(1975) 《엄마의 말뚝》(1980)을 통하여 6?25전쟁으로 초래된 작가 개인의 혹독한 시련을 냉철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산문정신으로 작품화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억압문제에 눈길을 주게 되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주목받았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연이어 사별하고 가톨릭에 귀의하였으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 자전적인 소설을 발표하면서 6?25전쟁의 오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막힘없는 유려한 문체와 일상과 인간관계에 대한 중년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이 결합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현실을 그려낼 뿐 아니라, 치밀한 심리묘사와 능청스러운 익살, 삶에 대한 애착, 핏줄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 대한 안정된 감각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성숙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이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9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1980),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1981),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상(1990)과 제3회 이산문학상(1991),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1993),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제25회 동인문학상(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제5회 대산문학상(1997),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로 제1회 황순원문학상(2001)을 수상했으며, 1998년 문화관광부에서 수여하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에 창작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1976) 《창 밖은 봄》(1977) 《배반의 여름》(1978) 《도둑맞은 가난》(1981) 《엄마의 말뚝》(1982) 《서울 사람들》(1984) 《꽃을 찾아서》(1986) 《저문 날의 삽화》(1991) 《나의 아름다운 이웃》(1991) 《한 말씀만 하소서》(1994)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이 있고, 수필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1977) 《혼자 부르는 합창》(1977) 《살아있는 날의 소망》(1982)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1990) 《어른노릇 사람노릇》(1998)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이 있다.
2. 작품의 줄거리
나는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세 번째 남자와 결혼하면서 지방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피난 시절 눈발 속에 웅장하게 서 있던 남대문의 '비장미의 영상'을 향수로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서울은 급격한 근대화의 도정 위에 놓여 있는 분주한 일상의 공간으로 비쳐진다. 더구나 물질주의에 전도된 그 속물적 공간은 남편과 동창들이 펼쳐 보이는 위장과 가식으로 점철된 환멸의 무대이다. 학창 시절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나 또한 이와 같은 세태를 살아가면서 변모를 겪어 간다. 그리고 이렇게 화자의 삶의 방식이 변모한 데는 전쟁 이후의 피폐한 삶과 그로 말미암은 윤리적 파탄의 상황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밑그림으로 놓여 있다.
3. 등장 인물의 성격
(1) 나 : 작품의 화자.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소녀였으나 가난한 기지촌 생활과 세 번의 결혼 등의 편력을 통해 현실적 감각을 갖게 된 중년 여인
(2) 남편들 : 첫 번째 남편은 교만한 중농, 두 번째 남편은 위선적인 지방대 강사, 세 번째 남편은 철저한 배금주의자로 각각 설정되어 있다.
(3) 동창들 : 고생고생하다 한 밑천 잡은 희숙, 직업 여성 영미, 고위층 남편을 가진 경희 등 모두 세속적인 중년여성들로 그려져 있다.
4. 작품의 구성 단계
(1) 발단 : 분주한 서울 생활에서 화자는 마음의 피로를 느낀다.
(2) 전개 : 동창들과의 만남. 어린 시절 각박한 삶에 대한 고백적 서술, 세 번에 걸친 결혼 생활의 내력이 소개된다.
(3) 위기 : 동창의 집을 찾은 화자는 화려한 살림살이와 세련된 동창의 포즈에 담겨 있는 가식과 속물성을 발견한다.
(4) 절정 : 우연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관광객 안애인의 말을 듣고 화자는 부끄러움의 감정을 되찾는다.
(5) 결말 : 화자는 모처럼 돌아온 부끄러움의 감정이 자신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5. 제목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의 의미
이 작품의 제목은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이다. 여기에서 '부끄러움'의 감정은 화자가 속물적인 세태 속에서 현실적으로 변모하기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감정을 상징하고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긴장감의 표현이며, 주체와 상황에 대한 반성적 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반면 전후의 폐허적 상황 속에서 출발한 급격한 근대화의 흐름은 정신적 가치를 외면한 채, 물질적인 개발에 치우치는 과도기적 불균형 상태를 드러낸다. 그와 같은 피상적 근대화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성은 상실되고, 물질적 가치만이 유일한 삶의 지표로 작용하는 전도된 가치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러한 세계는 외면적으로는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지만, '부끄러움'도 없이 추구되는 세속적 출세의 욕망과 금전적 가치 위에 구축된 허구적 삶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부끄러움'의 감정을 회복하는 것은 곧 이와 같은 추악한 현실을 반성적으로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목은 '전도된 가치의 질서 속에서 삶에 대한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환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감상의 길잡이
중년 여성을 화자로 내세워 물질적 가치에 전도된 형식적 근대화의 부정적 이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성이 상실되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사의 내력 및 결혼 생활에 대한 고백적 서술과 동창들의 피상적 삶에 대한 관찰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화자가 우연히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여자의 속삭임을 듣는 것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맞기에 이른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그 여자의 말로 인해 화자는 부끄러움의 감각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바, 그것은 물질적인 가치에 경도된 채 형식적인 근대화에 치중하는 현실적 상황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공백에 대한 뼈저린 자각을 의미한다. 마지막 장면은 세속적인 출세욕을 상징하는 각종 학원 간판의 밀림 속에서 돌연 부끄러움을 가르치자고 외치는 화자의 반어적 태도가 나타난다. 형식적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상실된 삶의 진정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계몽적 의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한편 '굳이 깃발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날려야 할 것 같다'는 표현에서는 그 절실함이 느껴진다.
7.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배경 : 1970년대 초반의 서울
(3)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4) 주제 : 형식적 근대화에 대한 비판과 삶의 진정성 회복에 대한 소망
(5) 출전 : <신동아>(1974. 8)에 발표
< 연구 문제 >
1. 나에게 있어 과거에 대한 향수의 구심점이었던 남대문의 영상이 초라한 것으로 퇴색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보자.
⇒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던 남대문은 화자에게 있어 그 자체가 미와 웅장함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피난살이의 고생스러움과 살풍경스런 현실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었는 바, 그러한 기억의 존재는 희망과 동경을 간직하는 한 가지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희망과 동경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부단히 변화시켜 나간다. 그리고 현실의 변화와 함께 희망과 동경은 그 현실적 근거를 상실해 간다. 곧 삶의 순수함은 시간의 침투와 더불어 와해되어 가는 것이다. 폐허의 공간이 개발의 현장으로 바뀌고, 피난살이가 분주한 일상의 생활로 변모하면서 남대문의 영상과 그것이 담고 있던 희망과 동경의 이미지는 그 현실적 근거를 상실해 간다. 가난한 유년의 삶과 기지촌의 각박한 생활,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속물적 군상들과의 부딪침의 과정은 세계에 대한 환멸감이 증폭되어 가는 과정인 바, 그에 따라 희망과 동경을 상징하던 남대문의 비장미의 영상은 초라하게 퇴색되어 버린 것이다.
열공!
출처 : 류언어교실
글쓴이 : 사랑나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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