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수(刺繡) - 허영자 (낭송 : 허영자 - 0:46)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시집 - 가슴엔 듯 눈엔 듯 (1966)
허영자 [許英子, 1938.8.31~]
여성적인 섬세함과 강렬한 생명력이 조화된 독특한 시풍을 이룩해 사랑과 절제의 시인으로 불리는 중견여류시인. 주요 작품으로 《자수》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1972), 월탄문학상(1986), 민족문학상(1998) 주요저서 《허영자전시집》(1998), 《허영자 선수필》(1998) 주요작품 《자수》 《친전》 《어떤 날》 본관은 하양(河陽)이다. 여성적인 섬세함과 강렬한 생명력이 조화된 독특한 시풍을 이룩해 사랑과 절제의 시인으로 불리는 중견여류시인이다.
1938년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에서 아버지 허임두와 어머니 정연엽의 맏딸로 태어났다. 경남여자중학교와 경기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1년 박목월(朴木月)에 의해 《현대문학》에 《도정연가(道程戀歌)》와 《연가 3수》가 추천되었으며, 1962년 《사모곡(思母曲)》으로 추천완료되어 등단했다.
1963년 김후란(金后蘭) 등과 함께 한국문학사상 최초로 여성시인들의 순수시 동인 ‘청미회(靑眉會)’를 조직하고 활발한 동인활동을 펼쳤다.
이후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여옥(麗玉)과 허난설헌(許蘭雪軒)· 황진이(黃眞伊)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여류문학의 맥을 잇는 고유의 정한을 바탕으로 사랑과 기다림, 한(恨)과 고독의 본질을 노래하는 동양적 연가풍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수》 《어떤 날》 《하늘 같은 임》 《친전(親展)》 《감》 《운명》 《떡살》 《복사꽃아》 《휘발유》 등의 작품에서 표현의 절제를 통한 고도의 압축미를 통해 정열과 허무의 양면성을 초극해낸 섬세한 정적 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정서가 어우러진 개성적인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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