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향해
문향 서경원
풍파에 찢긴 돛 폭 푸른 달빛에 헹구며
어둠 속 낯선 섬에 닻을 내린다
비릿한 삶의 냄새로 허기진 배 채우며
달이 지우는 그늘에 고단한 몸 뉘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잔별들의 환호성
삶의 묵은 체증 훑어져 나가는 듯
손톱 해지도록 모랫바닥 긁어대는
파도의 어깨 들썩임
야윈 손 마디마디 핏방울 맺힌 해송의 푸른 넋
짠내 나는 그리움에 돌아보면
헤어나지 못할 사랑의 늪 아닌 게 없으니
잉크빛 구름 헤치며 새벽 노을 걸어올 때
가슴 치며 추락하는 마른 잎사귀 한 장
이별보다 아픈 만남도 운명이라던 그대 영혼의 엽서
고독한 운명에 날아든 축복의 깃털인 양
출렁이는 맥박
눈물로 기운 돛 폭 높이 매달고 출항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