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국, 베트남 아줌마가 약 4년 동안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국에서 살다보면, 잦은 만남과 함께 헤어짐도 항상 따르기 마련이지요. 이들과의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저를 포함한 몇 명의 친구들은 특별한 작별 파티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아시아, 유럽에서 온 아줌마들로 매 달 한 번씩 모여 티 타임을 가지고 있지요.
작별 파티를 위해 서로 각 자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다른 한국 분들이 왠만한 한국 음식들을 다 준비하신다고 해서, 저는 무슨 요리를 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파티를 주최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칼로리가 높은 고기, 누들, 볶음밥 등이 대부분이라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식의 음식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야채를 가득 넣은 월남쌈 (rice paper roll)" 입니다.
물론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월남쌈은 손님 초대 음식으로 보기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제가 만들기도 쉬우니까요. 또한 다른 한국 아줌마들도 영국에서 월남쌈을 안 먹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 다른 분들이 고기 요리를 많이 해온다고 하니, 월남쌈은 가볍게 채소 및 맛살만 넣기로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인애플이 들어간 쌈을 좋아해서, 라이스 페이퍼 안에 각 종 채소, 맛살과 함께 잘게 자른 파인애플도 넣었어요. 전에 영국 친구가 제가 만든 월남쌈을 먹어 보더니 파인애플이 들어가서 그런지 식감이 너무 좋다고 했거든요.
한국인 친구와 저는 먹기 쉽게 미리 월남쌈을 다 만들어서 파티 장소로 가기로 했지요. 마지막으로 빠져서는 안 되는 월남쌈 소스는 영국에서 산 피시 소스, 파인애플 액과 매운 고추를 썰어 넣었지요.
저희들이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각 기 자신의 나라 음식 및 자신이 잘하는 음식들을 가져왔더군요. 보기에도 먹음직한 많은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이 제 식욕을 돋우기 충분했지요.
유독 싱가폴, 슬로바키아 아줌마는 저에게 월남쌈이 너무 맛있다면서 이것을 어떻게 만드냐고 레서피를 묻더군요. 저는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이것은 "베트남 음식으로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덧붙였지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베트남 아줌마가 저희 쪽으로 급히 오더니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거에요.
너가 만들어 온 이 음식은 베트남 음식이 아니야. 너가 라이스 페이퍼 안에 넣은 재료와 우리가 먹는 월남쌈 재료는 달라. 특히 우리는 파인애플을 절대 안 넣거든. 소스는 맛과 향이 비슷하지만, 파인애플 액도 넣지 않아.
그래서 저는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월남쌈이 이렇게 나온다고 말을 했더니.....
아마도 그것은 한국식 베트남 음식이겠지....
부탁인데, 제발 어디가서 이것을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지 말아줘.
저는 너무 정색하면서 "이것은 베트남 음식이 아니야" 라고 주장하는 베트남 아줌마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알겠다고 했습니다. 하긴 저도 외국인이 김밥 보고 일본 음식인 스시라고 하면 바로 정정해주니까요. ^^
그랬더니, 옆에서 저에게 레서피를 묻던 싱가폴 아줌마가 이렇게 묻는 거에요.
그럼, 나는 이 음식을 어느 나라 음식이라고 소개해야 하는 거니?
그러길래....저는 한국 음식이라고 하세요.~ 그랬답니다.
저는 베트남을 직접 가 본 적이 없어서 오리지널 베트남 월남쌈이 어떤 것인지 솔직히 잘 몰라요. 알고보면 짜장면도 오리지널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식 중식이듯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월남쌈도 한국식으로 변형된 베트남 음식이라고 봐야 하나 봅니다.
제가 영국에서 잘 알려진 베트남 레스토랑 체인점인 PHO에 가서 라이스 페이퍼 롤을 먹어 본 적이 있는데요, 제가 만든 것과 큰 차이점이 느껴지진 않았어요. 물론 안에 들어간 재료와 소스의 맛이 좀 다르지만요.
아무튼 베트남 아줌마만 빼고는, 다른 아시아 및 유럽 아줌마들은 다들 제가 만든 월남쌈이 너무 맛있다면서 드셨고요, 몇 분은 조금 남은 월남쌈을 싸갈 수 있냐면서, 자신의 남편에게도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부탁하시기도 하셨답니다. 다들 월남쌈은 만들기 쉽고, 건강에도 무척 좋을 것 같다며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다만, 저의 월남쌈이 베트남 음식이 아니라며 정색을 한 베트남 아줌마의 모습에 다소 놀라긴 했지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만든 월남쌈이 한국식 베트남 요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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