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에서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의 훈련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홍보 문구였다. ‘피겨 퀸’ 김연아(21·고려대)의 진화는 이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가 2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이스 팰리스 메가스포츠’ 메인링크에서 올 시즌 프리 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프로그램 구성은 지난해와 약간 달라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은 지난 시즌 이상이다.
◆아리랑, 외국인들에게도 감동 줄까=김연아가 아리랑을 바탕으로 한 우리 가락을 배경 곡으로 골랐다고 발표한 뒤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심판들이 과연 아리랑에 감동을 받겠는가 하는 부분이 문제였다.
27일 발표된 ‘오마주 투 코리아’는 이 같은 걱정을 불식시켰다. 분명히 멜로디는 한국 음악이지만, 클라리넷·바이올린 등 악기의 쓰임이나 화음 차용 등이 현대 서양 음악과 맥을 같이한다. 아리랑의 애절한 느낌은 그대로 살아있다. 김연아는 “데이비드 윌슨 등 외국인들도 한국 음악이라는 느낌보다는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우리의 느낌과 거의 비슷한 듯하다”고 말했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서희태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장을 비롯해 지평권 MBC 음악감독(짝패 등 담당) 등 다울 프로젝트에 있는 음악가들이 편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젤은 DVD로, 오마주 투 코리아는 유튜브로 공부=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프로그램을 익히면서, 김연아는 끊임없이 공부했다. 쇼트 프로그램 ‘지젤’을 연마할 때 그는 발레 ‘지젤’의 DVD를 구해 여러 차례 돌려보며 표정·몸짓을 연구했다. ‘김연아의 지젤’이 공개된 뒤 발레계에서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그대로 담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프리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를 훈련하면서도 김연아는 고민을 거듭했다. 한국 무용은 김연아에게 생소한 장르. 전지훈련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인 터라 한국 무용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유튜브를 찾아보며 고전 무용을 공부했다. 김연아는 “고전 무용을 얼음 위에서 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현대적인 안무에 (고전적) 감정을 듬뿍 담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인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김연아는 공부하는 자세로 대회에 임했다.
◆프로그램 구성, 올림픽 시즌과 달라졌다=김연아의 프리 프로그램 구성은 지난해와 조금 달라졌다. 지난 시즌 김연아는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을 세 번 뛰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더블 악셀을 두 번까지 뛸 수 있다. 그래서 콤비네이션 점프 중 하나였던 더블 악셀-트리플 토 루프 점프를 트리플 살코-더블 토 루프로 바꿨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빠져 아쉬웠던 스파이럴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선보인다. ‘스파이럴 시퀀스’는 올 시즌 ‘코레오스파이럴’로 명칭이 바뀌었다. 종전 스파이럴은 1~4레벨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레벨 1로 통일하고 기본점 2점을 준 뒤 심판 재량 가산점으로 변별한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아리랑이 흐르며 스파이럴을 하는 연기 후반부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쇼트와 프리 의상은 어두운 계열이다. 프로그램 당일 공개하겠다”는 귀띔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