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자연을 찾아서

[스크랩] 박달재의 봄 [푸른제천 4월호]

맑은물56 2011. 4. 7. 20:01

박달재의 봄

 

어쩌면 태어난 곳 만이 고향은 아니다. 살다보면 정이들어 고향 아니지만 고향같은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2의 고향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 내가 사는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전설의 박달재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의 한 목장을 오늘도 나는 거닐고 있다. 마침 봄 벚꽃이 한창이다. 이곳에서는 봄에 멋진 가로수길이 열리는데 청풍의 벚꽃보다 10일 정도 늦게 온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늦게 봄이 찾아 오는것 같다. 그래서 늘 이 때쯤이면 사진작가들이 모델을 데리고 하나, 둘 모여든다. 꽃을 찾아 모여드는 것은 나비뿐이 아니다. 더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는 것은 아마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 또한 본능일 것이다. 본능이야말로 누가 시켜서 하는짓은 아닐테니 언제까지나 순수하다고 믿는다. 잃어버린 본능을 찾는것, 그것이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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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파란 초지위로 겨울이면 하얗게 눈도 내린다. 그러면 초지가 금새 근사한 눈썰매장으로 변한다. 작년 겨울엔 애들하고 저기서 눈썰매도 타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는데 그런 추억이 고향의 향수처럼 내 가슴속에 자리잡은지 벌써 6년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굳이 길이를 재고싶지는 않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가슴에 남는다면 족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의 완성을 구하고 더 오랜기간의 소유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오랜 습성이지만 다, 욕심이다. 욕심을 통해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주어진 환경에 족하는 여유 역시 삶의 질을 높혀주기는 마찬가지일테니 욕심이란 버릴때도 있어야 관념의 구속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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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아름다운 곳의 풍경도 머지않아 개발의 명목아래 불도저가 밀어버린다고 한다. 그 땐 또 그 때만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할테지만 나는 열심히 지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눈내린 모습도, 단풍진 모습도 최대한 많이 찍어 놓으려 한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저곳도 나의 고향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그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편안한 마음을 갖게하는 것이 고향을 닮아서다.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편안함을 자아내는데 원시로 회귀하려는 회귀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고향이라고 해서 반드시 옛스러울 이유도 없고, 토속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계를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싶은 나의 욕망이란 어쩌면 결국 흙으로 돌아가야할 운명 때문이 혹시 아닐까. 

  

등 뒤 풍경같은 뒷산 능선따라, 주인없는 들꽃들, 산수국, 산딸나무, 가득하고, 문밖 개울가엔 물봉선화, 방아개비, 지천인 동네. 천등산 박달재 흰구름이 수수밭, 메밀밭과 사이좋게 어깨동무 하고 고향처럼, 내집처럼, 포근히 익은 마을. 집집마다 울타리에 운치있게 열린 박은 잊혀졌던  엄마처럼, 누나처럼, 다정하다. 오늘도 소설처럼 맑은 물과 정겨운 말. 어디 사람 사는곳이 도회지뿐이고  고향 뿐일까. 여기는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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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석교가 열어가는 세상
글쓴이 : 石橋/100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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