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요즘 왜 뛰어난 선승 드물어졌나

맑은물56 2011. 3. 25. 16:15

성철스님 이후 깨달음 기준 높아져

 

요즘 왜 뛰어난 선승 드물어졌나

 

 
《깨달음, 오도(悟道). 이는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을 근본 수행 방식으로 여기는 조계종 수행자들의 목표다. 깨달음과 관련해 역대 선사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불교계 매체인 법보신문은 최근 중국과 한국의 대표적 선승 43명(중국 16명, 한국 27명)을 분석한 결과 선사들이 오도한 평균 나이는 32.4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법보신문, 韓中대표 선승 43명 득도 분석

○ 30대가 절반 넘어

이는 각종 선어록과 문집, 논문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로 연령대로는 30대가 51.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20대(32.6%), 40대(9.3%), 50대(4.6%)의 순이었으며 깨달음을 얻은 평균 나이는 중국이 32.6세, 한국이 32.3세였다.

가장 젊은 나이에 깨달은 이는 해안 스님(1901∼1974)으로 17세 때 백양사 조실 학명 스님의 인가(認可)를 받았다. 조선시대 휴정과 유정 스님은 각각 21세와 32세였다. 근현대 불교 선맥을 대표하고 있는 스님들의 경우 학명 스님은 45세, 만해 스님은 38세, 동산 스님과 구산 스님은 37세, 경봉 스님은 35세, 혜암 스님은 33세, 향곡 스님은 29세로 나타났다. 1947년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며 선풍을 높였던 ‘봉암사 결사’를 이끈 성철 스님과 청담 스님은 각각 29세와 33세에 깨달음을 얻었다. 중국 선승들 중에는 혜가 스님이 46세, 육조 혜능은 35세였다. 신수 스님은 52세로 파악됐으며 마조 선사와 임제 선사는 각각 32세와 25세 전후였다.

○ ‘남 진제 북 송담’

현재 생존해 있는 선승들 중에는 대구 동화사 조실인 진제 스님 등 몇몇 스님이 득도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대표적인 선지식을 말할 때 이른바 ‘남 진제 북 송담’이라고 한다. 진제 스님은 33세 때 향곡 스님으로부터 법을 인가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내려온 법맥을 이었다. 진제 스님이 국제 간화선 대회를 이끄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면 인천 용화사의 송담 스님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수행에만 전념하고 있다.

 

최근 자타가 공인하는 선승이 드물어진 것은 광복 후 최고의 선지식으로 꼽힌 성철 스님의 영향이 크다. 스님은 보조국사 지눌의 ‘돈오점수(頓悟漸修·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른다)’론을 비판하고 ‘돈오돈수(頓悟頓修·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면 수행이 더 필요하지 않다)’를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동정일여(動靜一如·일상생활에서 변함없이 화두 참구가 이뤄지는 상태)와 오매일여(寤寐一如·깊은 잠에 들더라도 깨어 있을 때처럼 수행의 자세를 유지하는 경지)를 주장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박희승 사무국장은 “출가와 수행, 교육 과정이 달라져 나이만으로 과거와 요즘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성철 스님을 계기로 깨달음의 기준이 높아졌다”며 “스승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깨달은 스승이 없다면 깨달은 제자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의 상좌로 ‘퇴옹 성철의 100년과 한국 불교의 100년’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원택 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한다’고 했다. 추위와 굶주림이 깨달음을 가져온다는 말인데 과거 여러 선승이 등장한 때는 역사, 사회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와 일치한다”며 “요즘에는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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