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
그 이상의 성적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태극전사들을 연호하며 행복에 젖었던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6월이 행복했던 이유는 태극전사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지만 경기를 치를 때마다 톡톡 솟아오르는 화제도 한몫했죠.
남아공월드컵 기간 동안 박지성의 봉산 세리머니, 이정수의 동방예의지국 헤발슛 등 숱한 화제로 대한민국이 즐거웠지만 가장 압권이었던 화제는 단연 차두리 로봇설 아닐까요?

일본과의 평가전부터 무시무시한 체력을 발휘해 화제가 된 차두리 로봇설은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했는데요.
전 후반 내내 상대선수들을 차로 치듯 괴력충돌로 종횡무진하면서도 늘 웃음을 지어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은 것으로 시작해 ‘배번 22번이 정격전압 220v를 뜻한다’에서 예전 배번 11번은 ‘전기콘센트였다’ ‘아니다. USB 구멍이다’ 논란이 있었고 아버지 차범근의 원격조정설, 충전 코드가 빠진 탓에 아르헨전 결장, 도핑테스트에서 엔진오일 검출설, 로봇 바코드 문신 등으로 ‘유쾌한 로봇설’의 확산은 계속됐습니다.
심지어 로봇 설계도까지 등장했을 땐 FIFA에서도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지구촌에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래서 차두리가 하루빨리 귀국해 진상규명을 하길 바랐는데 어느새 다시 남아공으로 날아가 아버지와 명품해설을 하고 있더군요.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4년 만에 공동 중계 해설을 맡은 차범근, 두리 부자는 독일에서 선수활동을 한 경험을 토대로 독일-브라질전을 맛깔나게 해치웠습니다.

독일 축구와 독일선수에 훤한 차 부자는 선수들의 각종 정보를 곁들이며 수준 높은 해설을 진행했습니다. 16강전까지 경기를 치르고 지칠 만도 한데 셀틱 행을 결정짓고 다시 남아공으로 향한 차두리를 보니 로봇설이 쉬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둔필이 지난 기간 대표팀을 취재하며 가까이서 본 차두리 모습을 소개하며 로봇이 아님을 증명해볼까 합니다. ^^
그럼 다시 8년 전으로 휘리릭~~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최종점검 차 나선 한국대표팀의 미국 샌디에이고 전지훈련과 LA 골드컵 때입니다.

LA공항에 도착한 히딩크 감독이 차두리, 박지성 등 선수들과 썸업(thumb up)으로 미국입성을 알린 후 곧바로 차에 올라 샌디에이고로 향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건 바로 체력훈련이었습니다.
개인별 파워프로그램을 마련해 태극전사 전원을 로봇으로 만들려고 작정을 한 셈이죠.
전술이해도보다는 무조건 스피드 업, 파워 업을 주문했죠.

이 기간 동안 수차례 근력테스트를 실시했는데 할 때마다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딱 한 명 빼고 말이죠.
핏줄을 속일 수 없는지 차두리는 한국축구 불세출의 스타인 아버지 차범근 씨의 체력을 쏙 빼닮았습니다.

25명의 태극전사들이 참가한 체력테스트에서 차두리는 100m 11초8을 비롯, 각종 근력테스트에서 돋보이는 힘을 과시하며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체력테스트 이후에는 자유 시간이었는데 이천수, 이동국 등과 함께한 물놀이에서도 코뿔소처럼 날뛰더군요.
(바코드 문신 새기기 전의 깨끗한 몸매입니다.)

로에스 코로나도베이 리조트 내 수영장에서 왕복 내기를 했는데 수영이라면 자신만만하던 이동국이었지만 차두리를 넘어설 수는 없었습니다.
승부는 승부였죠.
차두리가 내기에 진 이동국에게 벌칙을 주는데 선배고 자시고를 떠나 아주 가혹했습니다.

아, 요 대목에서 대표팀 숙소였던 로에스 코로나도베이 리조트 잠깐 소개하고 갑니다.

멕시코 국경과 인접해 있고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선수들에게도 훈련만 아니면 지상낙원이라 부를 말 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 사진은 Loews coronado bay resort 사이트 사진입니다)

지난 자료를 뒤지다보니 둔필도 그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네요. ^^
다음날 샌디에이고 힉맨필드구장에서 이어진 훈련,
자체 청백전에서도 차두리가 돌파를 할 때는 아무도 못 말리는 광경이 벌어집니다.

불독처럼 물고 늘어지는 장기로 소문난 최성용도 차두리 앞에선 용빼는 수가 없었죠.
급기야 히딩크 감독이 나섰죠. “Doori, Doori!! Take it easy!!!”

실제 경기인 골드컵 미국전에서 한국이 비록 1-2로 분패하긴 했지만 경기를 마친 후 차두리를 마크하던 미국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미국 대표팀 헤이덕의 태클은 늘 한 템포 늦었습니다)

1부는 이 정도에서 접고 2부에서 본격적인 규명을 해볼까 합니다.
음... 이건 2부 홍보용 스포일 자뻑입니다.^^
-캘폴리 칼리지 여학생도 반한 스마일 로봇

-잘 나가던 차두리 이탈리아 꺾고 8강 오른 날, 박지성 따라하다가 히딩크에 된통 찍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문화 > 문화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집]불심이 4대강 반대로 간 까닭은 (0) | 2010.07.22 |
---|---|
<3년만에 사법부 판단받은 '황우석 사건'>(종합) (0) | 2010.07.22 |
[스크랩] 취옹예술관 (0) | 2010.06.29 |
월드컵 응원가 모음 " (0) | 2010.06.23 |
월드컵 응원가 모음 " (0) | 201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