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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통일주의 혹은 통섭이론으로 알려졌던 원효의 회통ㆍ화쟁 사상이 통합주의보다 다원주의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박재현 서울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간행된 <불교학연구>(불교학연구회 刊) 제24호에 기고한 논문 ‘해석학적 문제를 중심으로 본 원효의 회통과 화쟁’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원효의 사상과 핵심을 이루는 화쟁과 회통의 논리는 상이한 불교이론이나 종파 간 갈등을 전제로 통일ㆍ종합ㆍ화해의 메시지로 읽혀졌다. 박 교수는 이러한 견해가 고려시대 의천 국사와 근대 최남선 등의 원효에 대한 시각과 평가의 연장선에 있다고 전제했다.
박재현 교수는 “원효의 회통ㆍ화쟁 사상을 통섭으로 이해한 것은 오해 내지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효는 서로 모순되거나 정합되지 않는 불교의 다양한 이론(주장)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무리 없이 소통시킬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기신론>은 법의 실체성을 해체해 깨달음의 문제를 존재론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인식론적 차원의 문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을 <기신론>은 ‘섭(攝)’이라 표현했지만 원효는 <기신론>을 해석하면서 ‘통섭’이라는 말로 바꾸어 의미를 보강했다.
박재현 교수는 “그냥 ‘섭’이라고만 하면 모아들인다는 의미에만 치중하게 돼 통섭(統攝, Consilience)이라는 의미만을 갖게 된다. 원효는 ‘섭’에 ‘통(通)’이라는 한자어를 추가해 상이한 것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는 의미를 보강해 통섭(統攝)으로 오해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통’은 곧 소통”이라면서 “소통이 전제돼야만 ‘섭’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이 원효의 통찰”이라며 “원효의 화쟁은 종교 집단 간의 갈등상황이나 중관ㆍ유식 등 특정 이론체계의 상호모순 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실체론적 사고가 서로 맞부딪히는 포괄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재현 교수는 “화쟁과 회통의 논리를 통해 원효 사상을 규정하자면 무종파주의ㆍ종합주의ㆍ초월주의보다는 반실체론이나 다원주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교학연구> 제24호에는 박경준 동국대 교수의 ‘대승불교사상과 사회참여 일고’를 비롯해 김성철 동국대 교수의 ‘유가행파 수행도에서 이타행의 문제’, 우제선 동국대 교수의 ‘논쟁의 관점에서 본 인도 후기 유가행파의 중지’, 박형신 고려대 박사의 ‘풍경소리를 통해 본 불교문화운동’ 등 15편의 논문이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