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병속의 새 / 인경스님의 명상편지

맑은물56 2009. 11. 2. 10:40

인경스님의 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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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속의 새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마도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인 있을 것입니다.
     조금은 당혹스럽지만, 우리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면 불쌍하고 애처로울 거야.
     나는 사랑받아야 해.
     나는 완벽해.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
     나는 능력이 있어. 두고봐. 그래 꼭 성공할 거야."  

     우리들 각자는 무의식 속에
     자신에 대한 어떤 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자기와 동일시하여 견고한 하나의 틀을 만들고, 유지하고
     평생을 걸쳐서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이것을 우리는 '개념화된 자아', 혹은 '개념자아'이라고 부릅니다.

     스스로를 완벽함으로 지각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조그만 실수나 결점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가 없고
     강박적인 노력을 경주하면서,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면, 분노나 깊은 우울 속에 빠져듭니다.
     또 어떤 사람은
     조그만 시끄러운 소리나 갈등관계에도 예민해지면서
     견디지 못하고 짜증을 냅니다.
     아마도 이 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평화로움이나 고요함에서 찾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이러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데 여기에 좋은 깨달음의 사례가 있습니다.

     육긍이란 관리가 남전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옛날에 어떤 농부가 항아리 속에 새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새가 커짐에 따라, 병의 목이 너무나 좁아서,
     새는 밖으로 나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새는 죽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병을 깨뜨리지 않고, 새를 다치게 하지 않고
     밖으로 꺼낼 수가 있습니까?
     이때, 남전스님은 큰소리로 육긍을 불렀습니다.
    "육긍대부!",
    "예!"

     그러자 남전은 말했습니다.
    "새는 벌써 나왔소."

     새는 이미 나왔고, 그는 자유롭습니다.
     아침엔 일어나고,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엔 잠을 잡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사이에 다시 병속에 갇힌 자신을 발견합니다.
     왜냐면 근본적으로 우리는 병속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자라났기 때문입니다.
     병은 바로 우리의 문화이고, 조직이고,
     개념화된 자아이고, 자신과 동일시된 믿음입니다.

     내적인 자기 이미지가 무너지면,
     곧 그것은 나의 죽음으로 인식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의 병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언어적인 사유와 내적인 자기 이미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울타리이고, 한계이고, 감옥입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나인가요.
     이렇게 묻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유로운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