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랑한 두 명의 남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페트루슈카>는
스트라빈스키와 디아킬레프가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불새>이후에 작곡된 두 번째 발레음악이다.
현재까지 꾸준히 연주되고 사랑 받는 현대 명곡 가운데 하나이다.
1830년경, 러시아의 수도에서 열린 사육제를 배경으로,
세 개의 손가락 인형에게 생명이 부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발레니나 인형을 사랑한 페트루슈카 인형.
하지만 발레리나는 그의 고백을 거절하고 페트루슈카는 슬픔에 빠져 괴로워한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인형, 무어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 의하면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주연 인형의 개성을 표현할 만한 이름을 고심하던 중
‘페트루슈카’라는 이름을 생각해내고 뛸 듯이 기뻐했다 한다.
‘페트루슈카’는 러시아 농민의 흔한 이름인 페터의 애칭이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결국 악한에게 비참한 말로를 맞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러시아 농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민족주의적 성향과 함께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스트라빈스키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담고 있는 곡으로 평가받는 <페트루슈카>는
민요선율의 차용과 더불어 전개 없이 반복되는 모티브가 특징적인 곡이다.
또한 작품명을 그대로 인용한 ‘페트루슈카 화음’은 스트라빈스키만의 음악어법을 탄생시켰다.
페트루슈카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947년 개작)
제8곡: 곰과 손풍금을 켜는 농부 (Pesante with Bear)
제9곡: 집시와 장사꾼 (Gypsies and a Rake-vendor)
제10곡: 마차꾼과 마부의 무도 (Dance of the Coachmen)
제11곡: 가면무도 (Masqueraders)
페트루슈카 Petrouchka
미국 작곡가 I.F.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전 4악장.
스트라빈스키와 A.N.브누아의 대본에 의한 4개의 정경으로 이루어진
벌레스크풍 발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911년 6월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S.P.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러시아발레단(주연;나진스키)의 공연과
P.몽퇴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니콜라이 1세 치하의 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세인형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의 비극이 그 내용으로,
러시아 하류계층의 비극·불행을 다루었다.
음악은 근대감각을 살린
홀수박자와 폴리리듬을 사용한 러시아민요를 도입한것이 특징이다.
이 음악의 기교·미학은 같은시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인류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씌어져 왔고,
상대적으로 힘없는 이들은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권력과 무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중성은 우리의 또다른 얼굴이며,
이러한 모습을 심도있게 보여주는
발레 작품 중의 하나로 ‘페트르슈카’를 들 수 있다.
3개의 커다란 인형을 극중 인물로 등장시킨 이 작품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에,미하일 포킨 안무로
1911년 디아길레프 러시아발레단에 의해 처음 공연되었다.
작품해설
1830년,부활절이 며칠 남지 않은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광장의 사육제 시장은 인파로 붐빈다.
가설흥행장과 수레 상점 그리고 각 계층의 사람들.
가설흥행장의 주인인 인형 조종사가 등장해 피리를 불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페트르슈카’는 극중극의 형태로 시작된다.
막이 열리면 세 개로 나누어진 방에는 부동자세의 인형이 있다.
새빨간 의상의 발레리나가 가운데 방에 있고,
그 오른쪽 방에는 창백한 얼굴의 페트르슈카,
왼쪽 방에는 칼을 찬 늠름한 체격의 무어인이 있다.
페트르슈카는 발레리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발레리나는 오히려 무어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제1경이 끝난다.
제2경에서는
방에 갇혀 있는 페트르슈카가 고독과 고뇌,
발레리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연적인 무어인에 대한 증오심을 호소한다.
이때 발레리나가 나팔을 불며 들어오고
페트르슈카는 너무 기뻐서 자신의 사랑을 전하려 하지만
서투름으로 인해 발레리나는 도망쳐 버린다.
제3경에서
무어인이 코코넛으로 장난을 치다가
가지고 있던 신월도(新月刀)로 코코넛을 깨려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코코넛에 신(神)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서
마루 위에 놓고 엄숙히 회교도식의 절을 한다.
이때
무어인의 위풍당당한 풍채와 힘에 반한 발레리나가 들어와
진묘(珍妙)한 파드되가 시작된다.
페트르슈카는
사랑하는 발레리나를 지키려 하지만
무어인은 자신의 신월도로 그를 쫓아버린다.
페트르슈카가 나가자 무어인은 발레리나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제4경은
다시 눈 내리는 황혼의 사육제.
축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으면서 군중의 수도 늘어난다.
곰사육사들이 재주를 부리는 가운데,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러시아 농민의 춤과 마부들의 힘있는 춤이 시작된다.
이때
갑자기 무어인에게 쫓기고 있던 페트르슈카가
군중 속을 헤치며 뛰어들어 온다.
발레리나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무어인은 칼로 페트르슈카를 쓰러뜨리고 만다.
삽시간에 군중들이 쓰러진 페트르슈카를 에워싸고 급히 달려온 경관은
쓰러진 페트르슈카가 인형임을 알고 안심한다.
하지만 군중들이 흩어지고 주인이 페트르슈카를 옮기려할 때
흥행장 지붕 위로 페트르슈카의 영혼이 나타난다.
놀란 인형 조종사는 급히 달아나 버린다.
‘페트르슈카’는 9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현대인이 겪는 소외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또, 표현에 있어서도
발레만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포킨의 안무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존재의 이중성으로,
강자와 약자,
아름다움과 추함,
대담함과 소심함,
거침과 부드러움,
고독과 분주함,
성스러움과 탐욕,
코믹함과 광기,
관능과 공포,
현실과 상상
등에서
보여주는 유기적 비극성이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다른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