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禪家龜鑑)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난 것도 아니며 죽음도 없었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고?
옛 어른이 송하기를...
옛부터 나기전에 뚜럿이 밝았도다
석가도 몰랐거니 가섭이 전할손가!
이것이 한 물건도 난 것이 아니며, 죽음도 없고, 이름지
을 길도, 모양도 그릴수도 없는 까닭이다. 육조스님이..
대중에게 묻기를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
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이 알겠느냐?』하매 신회선사가
곧 나와 대답하기를 『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부처 성품 올씨다』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가 된
까닭이며 회양선사가 중산으로부터 와서 보인즉 육조가.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다가, 팔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한대도 맞지 않는다』하였으니, 이것
이 육조의 맏아들 된 까닭이다.
# 삼교의 성인들이 모두 이 말에서 나왔느니라. 뉘라서
말하여 볼 사람인가?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이 마치 바람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부처님은 석가여래이시고, 조사는 가섭존.
자이시다.
세상에 나오신다는 것은 크게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심을 말함이다. 그러나 한 물건으
로써 따져 본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이 저절로 뚜렷이 이
루어졌거늘 어찌남이 곤지 연지 찍어 주기를 기다리랴.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지신다는 것이 공연한 짓인..
것이다. 허공장 경에 말씀하시기를 문자도 마의 업이요...
이름과 형상도 마의 업이요, 부처님 말씀까지도 마의 업이
라고 한 것이 이 뜻이다.
이것이 본분을 바로 들어 볼 때에는 부처님이나 조사도...
아무 소용없는 것을 말함이다.
# 하늘, 땅이, 빛을 잃고, 해와 달도, 어둡구나!
그러나 법에도 여러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도 온갖 바탕이
있는 터이라, 여러 가지 방편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법이란 것은 한 물건이요, 사람이란 것은 중생이다.
법에는 변하지 않는 것과 인연을 따르는 두 가지 이치가
있고 사람에는, 몰록 깨치는 이와 오래 닦아야 하는 두..
가지 기틀이 있으므로, 문자나 말로써 가르치는 여러가지
방편이 없을 수 없다. 이것이 옛말에 이른바 『공사에는.
바늘 끝만큼이라도 용서할 수 없으나, 사정으로는 수레도
오고 가고 한다』는 것이다.
중생이 아무리 본래부터 뚜렷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마는..
천생으로 지혜의 눈이 없어서 윤회를 달게 받는 것이다..
만약 세상에서 뛰어나는 금칼이 아니라면 누가 무명의 두
꺼운 껍질을 벗겨 주랴?
고생 바다를 건너서 즐거운 저 언덕에 오르는 것은 모두.
부처님의 크게 어여삐 여기시는 은혜를 입는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량없는 목숨을 비치더라도 그 은혜의 만분의.
하나를 갚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 닦는 이치를..
널리 들어서 부처님과 조사들의 깊은 은혜를 감사하여야.
할 것을 말한 것이다.
본문 2)
억지로 여러가지 이름을 붙이어서 마음이라, 부처라, 중생이라
하였으나, 이름에 얽매여서 알음알이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일으키게 되면, 곧
어기어 버린다.
한 물건에 억지로 세 가지 이름을 붙인 것은 부처님 말씀의 부
득이한 일이요, 이름에 얽매여서 알음알이 내지 말라는 것은..
선법의 부득이한 일이다. 한번 들어 보고 한번 눌러 놓으면 금
방세우고 금방 깨트리는 것이 모두 법왕의 내는 법령의 자유자
재한 까닭이다.
이것은 윗 것을 맺고 아랫 것을 일으켜서 부처님과 조사들의..
방편이 각각 다른 것을 말한 것이다.
# 구년 바람에 단비 내리고
천리 타향에 친구 만났네.
세존님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이, 선지가 되고, 부처
님의 일생에 말씀하신 것이, 교문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은 부
처님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세곳이란 것은 다자 탑 앞에서 자리를 절반 나누어 앉으심이..
첫째요,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심이 둘째요. 사라쌍수아
래에서 관곡속으로부터 두 발을 내어 보이심이 세째이니 이른.
바 가섭 존자가 선의 등불을 따로 받았다는 것이 이것이요, 부
처님 일생에 말씀하신 것이란 49년 동안 말씀하신 다섯가지 교
이니 그 첫째는 인천교요 둘째는 소승교요 세째는 대승교요...
네째는 동교요 다섯째는 원교이니 다른바 아란존자가 교의....
바다를 널리 흐르게 하였다는 것이 이것이다.
그런즉 선과 교의 근원은 부처님이시고 선과 교의 갈래는 가섭
존자와 아란존자이다.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데 이르는 것은..
선이요, 말 있음으로써 말 없는데 이르는 것은 교이다.
또한 마음은 선법이요, 말은 교법이다.
법은 한말이라도 뜻인즉, 하늘과 땅 같이 떨어진 것이다. 이것
은 선과 교의 두 길을 가리어 놓은 것이다.
# 놓아 지내지 말라. 풀 속에서 거꾸러지리라.
그러므로 만약 누구나 말에서 잃어버리게 되면, 꽃을 드신.....
것이나 빙긋이 웃은 것이 모두 교의 자취만 될 것이요 마음에서
얻은즉 세상의 온갖 잡담이라도 모두 교밖에 따로 전환 선지가.
될 것이다.
법은 이름이 없는 것이므로 말로써 이를 수도 없고, 법은 모양.
이 없는 것이므로 마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무엇이나
말하여 보려고 한다면 벌써 근본 마음의 자체를 잃은 것이요...
근본 마음의 자체를 잃게 되면 부처님의 꽃을 드신 것이나 가섭
존자의 웃으신 것이 다 썩어버린 이야기거리만 될 것이다... 마
음에서 얻은 이는 장군들의 잡담이라도 다 법사의 설법이 될 뿐
아니라 새소리 짐승의 울음까지도 참이치를 바로 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보적선사는 통곡하는 소리를 듣고
깨치어 춤추고 뛰놀았으며 보수선사는 거리에서 주먹을........
휘드르면서 싸우는 사람의 말을 듣고 참면목을 깨친 것이 이 까
닭이다.
이것은 선과 교의 깊고 옅은 것을 밝힌 것이다.
# 밝은 구슬 손에 들고, 이리둥굴 저리둥굴.
본문 3)
내가 한마디 말하려 한다.
생각 끊고 반년 잊고 일 없이도 우두커니 않았더니
봄이 오매 풀이 절로 푸르구나.
생각을 끊고 반년을 잊었다는 것은 마음에서 얻은 것을 가리킴이니
이른바 일 없는 도인이다.
어디에나 얽힘없고 애당초에 일 없어서 배고프면 밥을 막고
고단하면 잠을 자니 맑은 물과 푸른 산에 마음대로 오락가락
고기잡는 바닷가와 술잔 파는 밤 거리에
걸림없이 물듦없이 고요하게 지나가니,
세월이 가나 오나 내 알 바 아니건만 봄 되면 예와 같이
풀잎이 푸르노라.
이것은 특별히 한 생각 일어날 때에, 돌이켜 살피게 하려 함이다.
# 사람없을까 하였더니 마침 하나 있구나.
교문에서는 오직 한 마음 법만을 전하고, 선문에는 다만 견성하는
법만을 전하였다.
마음은 거울의 바탕과 같고, 성품은 거울의 빛과 같은 것이다....
성품이란 본래 저절로 깨끗한 것이라, 깨치면 곧 근본 마음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깨친 한 생각을 특별히 중요하게 보임이다.
# 겹겹으로 싸고 돌린 높은 산과 흐르는 내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 고향 면목일세.
부처님은 활 같이 말씀하시고, 조사들은 활줄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운데 걸림 없는 법이란 것이 겨우 한 맛에
돌아가는 것이요, 이 한맛의 자취를 떨어 버리어야 비로소 조사의
보이신 한 마음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뜰 앞의 잣
나무 이니라』한 화두는 용궁의 장경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이다.
활같이 말씀하셨다는 것은 굽다는 뜻이요, 활줄같이 말씀하였다는
것은 곧다는 뜻이며, 용궁의 장경이란 것은 용궁에 모셔 둔......
대장경이다.
어떤 중이 조주스님께 묻기를,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
니까?』함에 대하여 대답하기를『뜰 앞의 잣나무이니라』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격 밖의 선지이다.
# 고기가 놀면 물이 흐리고 새가 날면 깃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학자는 먼저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으로써 변하지 않..
는 것과 인연 따르는 두 가지 뜻이 마음의 본 바탕과 형상이며 몰
록 깨치고 오래 닦는 두 가지 문은 공부의 시작과 끝임을 자세히.
가리어 안 뒤에, 교의 뜻을 내버리고 오로지 그 마음의 뚜렷이 드
러난 한 생각으로써 참선한다면 반드시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뛰어나 살 길이니라.
높은 바탕과 큰 지혜있는 이는 더 말할 것 없지마는, 보통사람은.
함부로 건너 뛰어서는 안된다. 교의 뜻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
것과 인연 따르는 것 몰록 깨치는 것과 오래 닦는 것이 선후가 있
다는 말이요, 선법이란 것은 한생각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과....
인연 따르는 것이다.
성품과 형상과 몸과 씀이 원래로 한 때이기 때문에 곧 그것인....
것도 아니며 아닌 것까지도 아니나 곧 그것도 되며 아닌 것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사는 법을 쓰되 말을 여의고 바로 한 생
각을 가르쳐서 성품을 보고 부처가 되게 하는 것이니, 교의 뜻을.
내버린다는 것이 이것이다.
# 훤칠하게 밝을 때에 깊은 골에 구름끼고
고요한 곳 맑은 하늘 해가 떳네.
본문 4)
대체로 배우는 이들은 산 말을 참구할 것이요
죽은 말을 참구하지 말아야 한다.
산 말에서 얻어 내면 부처나 조사의 스승이 될 것이요
죽은 말에서 얻는 다면 제 살림살이도 안 될 것이다.
이로부터 아래는 특별히 산 말을 들어서 저절로 깨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 임제를 보려면 쇠 뭉치로 된 놈이라야 한다.
자기가 참구하는 공안에 대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공안에 대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 하기를, 마치 닭이 알을 안는 것 같이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하고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하며
목 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하고, 아기가 어머니 생각하듯하면..
반듯이 꿰뚫을 때가 있으리라.
조사들의 공안이 일천칠백 가지나 있는데 『개가 불성이 없다』.
란 것이라든지 『뜰 앞에 잣나무』라든가. 『삼서근』이라든지..
『건시궐』같은 것들이다. 닭이 알을 안을 때에는 더운 기운이..
계속 되고 있으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에는 마음과 눈이 움직
이지 않게 되고, 주린데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른데 물 생각하는
것이나 아기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참된 마음에서 나
오는 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간절...
하다고 하는 것이다. 참선하는데 이 간절한 마음이 없이 깨친다.
는 것은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다.
참선함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긴한 것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큰 신심이요, 둘째는 큰 분심이요, 세째는 큰 의심이니..
만약 그 속에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아서........
소용없이 되고 말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성불함에는 믿음이 뿌리가 된다』...
하셨고, 영가스님은 이르기를 『도를 닦는 이는 먼저 반드시....
뜻을 세워야 한다』하였고, 몽산스님은 이르기를 『참선하는이가
화두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이라』하였고, 또 말씀하시기를
『크게 의심하는 데서 크게 깨친다』하였느니라.
밤낮으로 무슨 일하면서든지 오직 개가 불성이 없다고 한 화두를
들어서 생각하여 가고 생각하여 와서, 이치의 길이 끊어지고 뜻.
길이 없어지어, 아무 맛도 없어지고, 마음 머리가 답답할 때가..
곧 그 사람의 몸과 목숨을 내던질 곳이며, 또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대목인 것이다.
어떤 중이 조주스님께 묻기를 『개도 부처의 성품이 있습니까?..
없습니까?』하였더니 대답하기를 『무』(없느니라)하였으니, 이.
한마디는 우리 종문의 한 관문이며, 온갖 못된 지견과 나쁜 알음
알이를 꺽어 버리는 연장이며, 또한 모든 부처님의 면목이고....
조사들의 골수이다. 이 관문을 뚫어 나간 뒤에라야 부처나......
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니라.
본문 5)
화두는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 맞추려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며, 또한 깨닫기를 가다리지도 말며 더 생각할 수..
없는 곳에서 생각하여 마음이 더 갈곳이 없어서 마치 쥐가 쇠뿔에
들어가다가 꼭 잡히듯할 것이다. 이런가 저란가 따지고 맞추어 보
는 것이 식정이며 나고 죽음에 다라 굴러 다니는 것이, 식정이며.
무서워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이 또한 식정이다. 지금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오직 이 속에서 빠졌다 솟았다 할 뿐이로구나
무자 화두를 참구하는데 열 가지 병이 있으니 꾀로써 헤아리는 것
과 말 길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것과, 글에서 끌어다가 인증을....
삼으려는 것과,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추려는 것과,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일 없는 곳에 들어 앉았는 것과 있는 것이라거
나 없는 것으로 아는 것과, 참으로 없다는 것으로 아는 것과, 도리
가 그렇거니 하는 알음알이를 짓는 것과, 조급하게 깨치기를 기다.
리는 것들이다. 이 열가지 병을 여의고 오직 화두를 들 때에 정신.
을 차려서『무슨 뜻인고』하고 의심할 뿐이니라.
이 일은 마치 모기가 강철로 된 소에게 덤비어들듯 덮어놓고......
주둥이를 댈수없는 곳에 목숨을 떼어놓고 한번 뚫어보면 몸둥이채.
사뭇들어갈 때가 있으리라.
거듭 위에 말한 뜻을 맺어서 산 말을 참구하는 이로 하여금 뒷....
걸음치지 말도록 하려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은 거문고 줄을 고루는 데 빠르고 늦은 것이 알맞아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애쓴즉 병나기 쉽고, 잊어버린즉 거두어 잡을
수 없거나. 어둠 속에 빠지게 된다. 오직 씩씩하게 깨끗 하게 또렷
이 하면서도 곱게 가늘게 끊임없이 하여야 한다.
거문고를 타는데 그 줄의 늦고 빠름이 알맞은 뒤에라야 아름다운..
소리가 잘 나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조급히 하면..
혈기를 올리게 될 것이요. 잊어버린즉 흐리멍덩하게 되는 것이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되면, 묘한 이치가 그 속에 있느니라.
공부가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은 줄 모르게 되면..
이 때를 당하여 팔만 사천 마군의 떼가 육근 문 앞에 지키고 있다가
너의 마음을 따라 온갖 꾀를 낼 것이다. 그러나 너의 마음이 만약..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
『마』란 것은 나고 죽음을 즐기는 귀신의 이름이요, 팔만 사천 마군
이란 것은 중생의 팔만 사천 번뇌 망상이다. 마가 본래 씨가 없지마
는 닦아 가는 이가 바른 생각을 잃는데서 그 근원이 생겨나오는....
것이다. 중생들은 그 환경에 순종하는 까닭으로 탈이 없고 도인은..
그 환경에 거슬림으로 마가 대들게 된다.
그러기에 『도가 높을수록 마가 억세어 간다』고 하는 것이다.
선정 가운데 혹은 상주를 보고 제 다리를 찍으며 또는 돼지를 보고.
제 코를 붙잡기도 하는 것이 다 제 마음에서 망상을 일으켜서 바깥.
마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마의....
온갖 재주가 마치 물을 베려는 것이나 광선을 불어 버리려는 헛....
수고가 될 것이다. 옛말에 『벽에 틈이 나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
에 틈이 나면 마가 들어온다』하였다.
일어나는 마음은 천마요, 일지않는 마음은 음마요,일기도 하고, 일지
않기도 하는 것은 번뇌마이다. 그러나 우리 바른 법 가운데에는....
본래 그런 일이 없느니라.
공부가 만일 한 조각을 이룬다면 비록 금생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마
지막 눈감을 때에 악한 업에 끌리지 않을 것이다.
본문 6)
참선하는 이는 늘 생각하기를....
네가지 은혜가 깊고 높은 것을 잊어 버리는 일이 없는가?
네 가지로 된 더러운 이 몸이 생각생각에 이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에 달린 것을 알고 있는가?
부처님이나 조사 같은 이를 만나고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가?
가장 높고 거룩한 법을 듣고 기쁘고 다행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버리지 않는가?
공부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 도인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잡담이나...
하고 지내지나 않은가?
분주하게 시비를 일으키고 있지나 않은가?
화두가 어느때나 똑똑히 들리고 있는가?
이야기할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보고 듣고 온갖 감각이 있을 때에 한 조각을 이루고 있는가?
제 공부를 돌아보아 부처와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금생에 결정코 부처님의 지혜 목숨을 이을 수 있을까?
앉고 눕고 편할 때에 지옥 고생을 생각하는가?
이 한 세상 이 몸으로 반드시 윤회를 벗어나게 될까?
여덟가지 바람이 불어올 때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가?
이것이 참선하는 이들의 공부하여 가면서 때때로 점검하여야 할 도
리이다. 옛 어른이 말씀하기를
이몸 이때 못 건지면, 다시 언제 건져 보랴 하였느니라.
네가지 은혜란 것은 부모와 나라와 스승과 중생의 은혜이고.......
네 가지로 된 더러운 몸이란 것은 아버지의정수 한방울과, 어머니의
피 한방울이 물의젖은 기운이요, 정기와 피의 한뭉치가 썩지도 않고
녹아버리지도 않는 것은 불의 더운 기운이요, 뼈와 살은 땅의......
단단한 기운이며 콧 구멍이 먼저 뚫려 숨이 통하는 것은 바람의....
움직임이다.
아란존자가 말씀하시기를 『정욕이 거칠고 흐려서 더럽고 비린 것이
어울리어 뭉쳐진다』하였으니 그러하므로 더러운 몸이라고 하는 ...
바이다. 생각생각에 썩어 간다는 것은 세월이 잠시라도 쉬지 않아서
얼굴은 저절로 주름살이 잡히고 머리털은 어느새에 희어 가니......
옛말에
지금에 벌써 옛 모습 없네
옛날에 어찌 지금 같을까.
한 바와 같이 과연 덧 없는 몸이 아닌가?
덧없는 귀신이란 죽이는..
것으로써 유희를 삼는 터이라 참으로 생각생각이 무서울 뿐이다.
날숨 들숨이 불 기운과 바람 기운이라 사람의 목숨이 붙어 있는....
곳이 오직 드날숨에 있는 것이다. 여덟가지 바람이란 것은 대체로..
마음에 맞는 것과 거슬리는 것의 두 가지 환경이요, 지옥 고생이란.
것은 인간의 육십 겁이 지옥의 하루가 되는데 쇳물이 끊고 숯불이..
튀어 칼산과 창숲에 끌려 다니는 고생들을 입으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다시 받아 나기는 마치 바다에 떨어진 바
늘을 찾기보다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서 불쌍히 여기어.............
깨우친 것이다.
본문 7)
말을 배우는 무리들은 말할 때에는 깨친 듯하다가도 실지 경계를
당하게 된다면 그만 아득 캄캄하게 되니 이른바 『말과 행동이..
서로 틀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 말한 저절로 속는다는 뜻을 맺는 것이다.
말과 행실이 같지 않고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만일 나고 죽음을 막아 내려면 이 한 생각을『탁!』한번........
깨뜨려야 바야흐로 나고 죽음이 아주 끊어지리라.
『탁!』하는 것은 어둠컴컴한 칠통을 깨트리는 형용사요, 칠통을.
깨뜨려야 나고 죽음을 끊을 것이다. 모든 부처님의 인 땅에서 닦
아 가신 것이 오직 이것 뿐이니라.
그러나 한 생각을 『탁!』하고 한번 깨친 뒤에라도 반드시 밝은.
스승을 찾아가서 눈알이 바른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일은 도무지 쉽지 않은 것인즉 모름지기 갈수록 부끄러운 생각
을 내어야 하는 것이다. 『도』란 것은 큰 바다와 같아서 들어갈
수록 더욱더 깊어 가는 것이니. 아예 작은 것을 얻어 가지고....
만족하지 말라. 깨친 뒤에 만약 어른을 만나지 못하면 제호와..
같은 좋은 맛이 도리어 독약이 될 것이다.
옛 어른이 말씀하기를 다만 너의 눈바른 것만 귀하게 여길 뿐이.
지 너의 행실을 보려고 하지 않노라 하였다.
옛날...위산스님이 묻는데 대하여 앙산이 대답하기를 『열반경..
사십경이 모두 마군이 말이라』하였으니 이것이 앙산의 바른....
눈이다. 앙산이 다시 행실에 대하여 묻는데 위산스님이 대답하기
를 『자네의 눈 바른 것만 귀하게 여길 뿐이지 자네의 행실은 보
려고 하지 않노라』하였으니 이것이 바른 눈을 뜬 뒤에 행실을..
말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공부하려면 먼저 몰록 깨쳐야..
하는 것이다.
바라건데 공부하는 이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서 절로 굽히
지도 말고 절로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이 마음이 평등하여 본래 범부와 성인이 없는 것이다.
이치는 그러하나 사람에 있어서는 어두운 이와 깨친 이가 있고..
범부와 성인이 있어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문득 참나가 부처와
조금도 다름이 없음을 깨치는 것은 이른바 『몰록 깨친다』는 것
이다. 그러므로 절로 굽히지 말 것이니 저 『본래에 아무것도 없
다』한 것이 그것이요 깨친 뒤에 익힌 버릇을 끊어 가면서......
범부를 고쳐서 성인이 되는 것은 이른바『오래 닦아 간다』한 것
이다. 그러므로 절로 높이지도 말 것이니, 저 『부지런히 털고..
닦으라』한 것이 이것이다. 굽히는 것은 교를 배우는 이의......
병통이요. 높이는 것은 참선하는 이의 병통이다.
교를 배우는 이는 참선 문 안에 깨쳐 들어가는 비밀한 법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아서, 거짓 가르친 데 깊이 걸리어서 참과 거짓을..
따로 국집하여 가지고, 관행을 닦지 않고, 남의 보배만 세게....
되는 때문에 절로 뒷걸음치고 움추리는 것이요, 참선하는 이는..
교문에 닦고 끊어 가는 좋은 길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아서 물든..
마음과 익힌 버릇이 비록 일어날지라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공부의 정도가 유치하면서도 법에 대한 거만한 마음이 많은 까닭
으로 그 말하는 것이 헛되고 높게 된다.
그러므로 옳게 알아 마음을 닦는 이는 굽히지도 않고 높이지도..
않는 것이다.
마음을 모르고 도를 닦는 다는 것은 무명만 도와주는 것이다.
철저히 깨치지 못하였다면, 어찌 참답게 닦을 수 있으랴?
깨친 것과 같은 것은 마치 기름과 불이 서로 따르고 눈과 발이..
서로 돕는 것과 같다.
닦아 가는 알맹이는 다만 범부의 생각이 떨어질 뿐이요, 별로 성
인의 알음알이가 없는 것이다.
병이 없어지고 약까지 쓰지 않는다면 앓기 전 그 사람일 것이다.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제성품을 더럽히지 말 뿐이다.
바른법을 찾는것이 곧 바르지 못한 것이니라.
버리는 것이나 찾는 것이나 다 더럽히는 것이다.
번뇌를 끊는것이 이승이요, 번뇌가 나지 않는 것이 큰 열반이니라.
끊는 것은 하는 것과 되는 바가 벌어지거니와 나지 않는 것은.....
함도 됨도 없느니라.
본문 8)
모름지기 마음 속을 비우고 절로 비추어 보아 한 생각 인연 따라
일어나는 것이 나는 것 없는 줄 믿어야 한다.
이것은 성품의 일어나는 것만을 밝힌 것이다.
죽이는 것이나 도둑질하는 것이나 음란한 것이나 거짓말하는 것이
다 한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자세히 살피어 보라.
그 일어나는 곳이 곧 비어 없는데 무엇을 다시 끊으랴?
이것은 성품과 형상을 갖춰 밝힌 것이다.
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명을 아주 끊는다는 것은 한 생각도 일으키.
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한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곧...
깨달으라"하였다.
꼭둑각시 같은 줄 알면 곧 여윈 것이라 더 방편 지을 것이 없고..
꼭둑각시를 여의면 곧 깨친 것이라 또한 닦아 갈 것도 없는......
것이다. 마음은 꼭둑각시를 만드는 기사요, 몸은 꾹둑각시가 있는
마을이요, 세째는 꾹둑각시의 못이며 이름과 형상들은 꼭둑각시의
밥이다. 그 뿐 아니라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내는 것이나 거짓.
이나 참이나 어느 것이 꼭둑각시 아닌 것이 없다.
중생이 나는 것이 없는 가운데 망녕되게 생사와 열반을 보는 것이
마치 꽃이 허공에서 서물거림을 보는 것 같다.
성품에는 본래 나는 것이 없는 까닭에 생사와 열반이 없는 것이요
허공에 본래 아무 것도 없는 터이므로 서물거릴 것이 없는 것이다
났다 죽었다 하는 줄로 아는 것이 눈꽃이 꺼지는 것을 보는 것 같
다. 그러나 일어나도 일어남이 없고, 꺼져도 꺼짐이 없는 것이다.
이 두가지 소견에 대하여 더 따질 것 없다. 그러므로 사익경에...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이 중생을 건지시려 함이 아니라...
오직 생사와 열반의 두가지 소견을 건지시려 함이라"하였다.
보살이 중생을 건져서 열반에 들게 하였다 하더라도 실로 열반을.
얻은 중생이 없느니라.
보살은 다만 생각생각으로써 중생을 삼는 것이다. 생각의 본체가.
빈 이치를 알아 내는 것이 곧 중생을 건지는 것이다. 생각이 벌써
비어버리고 그 마음이 고요한 이는 참으로 건질 바 중생이 따로..
없는 것이다.
이상은 믿음과 깨침을 의논한 것이다.이치는 비록 몰록 깨치었으나
버릇은 한꺼번에 가시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닦는 것과 깨치는 것을 의논한다.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 지르는 것 같으며..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물 차기를 바라는 것 같
고, 거짓말 하면서 참선한는 것은 분뇨로써 향을 만들려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라도 다 악마의 길을...
이룰 뿐이다.
이것은 닦아 가는 법칙의 세가지 무루학을 밝힌 것이다. 소승은..
법을 받다 지킴으로써 계율을 삼기 때문에 대강 그 끝을 다스리.
게 되고, 대승은 마음을 잡음으로써 계율을 삼는 까닭에 자세히..
그 뿌리를 끊는 것이다. 그런즉 법으로 지키는 계율은 몸으로써..
범하는 일이 없을 것이요 마음으로써 지키는 계율은 생각으로써..
범하는 것까지 없는 것이다. 음란한 것은 깨끗한 성품을 끊는 것.
이요, 살생하는 것은 자비한 마음을 끊는 것이요 도둑질하는 것은
복덕을 끊는 것이요, 거짓말하는 것은 진실한 것을 끊음이다.
어쩌다가 지혜를 이루어서, 여섯가지 신통까지 얻었더라도 만약..
살생과 도둑과 음란과 거짓 말하는 것을 끊지 않는다면 반드시 악
마의 길에 떨어져서 아주, 보리의 바른 길을 잃을 것이다.
이 네가지 계율은 온갖 계율의 근본이므로 따로 밝히어서 생각으.
로도 범함이 없도록 함이다. 생각하지 않는 것을 계율이라 하고..
생각이 없는 것을 선정이라 하며 어리석지 않는 것을 지혜라 한다
다시 비유하여 말하자면 계율은 도둑을 잡는 것이요 선정은 도둑을
묶어 놓는 것이요 지혜는 도둑을 죽여 버리는 것이다. 또한 계의..
그릇이 온전하고 튼튼하여야 정의 물이 맑게 고이고, 따라서 지혜.
의 달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 삼학은 참으로 만법의 근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밝혀서 온갖, 새여 흐르는 것을 없게..
하는 것이다.
영산 회상에 어찌 함부로 지내는 부처가 있었겠으며, 소림 문하에.
어찌 거짓 말하는 조사가 있었으랴???
덕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 계율을 내던지고 삼가지 아니하고 함부로
벋놓아 게을리만 지내며 남을 우습게만 보아서 따지고 시비하는...
것으로만 일삼고 있다.
마음 계율을 한 번 깨트리면 온갖 허물이 들춰 일어난다.
만약 계행이 없으면 빌어먹는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 하였거늘..
하물며 깨끗한 부처의 열매를 바랄 수 있으랴???
계율을 존중하기를 부처님 모시듯 한다면 부처님이 늘 계시는 것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풀에 매여 있고, 거위를 살리던 옛 일로써...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
나고 죽는 것을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과 애정의 불꽃을 꺼 버려야.
한다.
사랑은 윤회의 근본이 되고, 정욕은 몸을 받는 인연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음심을 끊지 못하면 티끌 속에서 나올 수 ..
없다"하셨고, 또한 "애정이 한번 얽히게 되면 사람을 끌어 다가 죄
악의 문에 쳐 넣는다"하셨다. 애정의 불꽃이란 것은 애정이 너무..
간절하여 불붙듯함을 말함이다.
걸림없는 맑은지혜가 다 선정에서 나온다.
범부에서 뛰어나서 성현의 지위에 들어가며 앉아 벗고 서서 가는것이
모두 선정의 힘이니라. 그러기에 옛 어른이 이르기를 "거룩한 길 찾.
으려면 이것 밖에 딴 길 없네"라고 하였다.
마음이 정속에 있게 되면, 능히 세간의 일어났다 하는 모든 일을 다.
밝게 알게 되는 것이다.
햇살 쪼이는 작은 문틈엔 티끌이, 고물거리고, 맑고 고요한 거울 같
은 물 온갖 그림자 또렷이 뵈네.
현실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일지 않는 것을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
이요, 나지 않는 것을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이요, 생각이 없는 것.
을 『해탈』이라 한다.
계율이라거나, 선정이라거나, 지혜라거나 하나만 들면 셋이 갗추어.
있는 것이어서 홑으로 된 것이 아니다.
도를 닦아 열반을 받는다면 이것은 참이치가 아니다. 마음법이 본래
고요한 것을 알아야 그것이 참 열반인 것이다. 그러므로 "온갖것이.
본래부터 늘 그대로 열반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제 눈을 제가 볼 수 없는 것인데 제 눈을 본다면 참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묘수보살은 생각으로 따졌는데 유마힐은 말이 없었다.
다음은 가늘고 자잘한 행실을 낱낱이 들어 말하기로 한다.
가난한 이가 와서 비는 것이 있거든 분수대로 나누어 주어 한 몸같이
두루 어여삐 여기면 이것이 참 보시이니라.
나와 남이 둘 아닌 것이 한 몸이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들의 살림살이니라.
만약 누가와서 해롭게 하더라도, 마땅히 마음을 단속하여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 생각 골내는데 온갖 장애가 벌어진다.
번뇌가 비록 한정없으나 성내는 것이 으뜸이다. 열반경에...
창칼로써 찌르거나 향수고약
발라주나 돌과같이 무심하라
하였으니 마음 닦는 이가 성내는 것은 맑은 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일어남과 같은 것이다.
만약 참는 행실이 없다면 만가지 행실이 다 이루어지지 못하리라....
닦아 가는 길이 한정 없지마는, 자비와 인욕이 근본이 된다.........
참는 마음이 꼭두각시의 꿈 같다면 욕보는 현실은 거북의 털........
같으니라.
본바탕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일 되는 정진이니라.
만약 정진할 생각을 일으키면 이것은 망상이요, 정진이 아니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말씀하기를 "망상 내지 말아라 망상 내지 말아라"
한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늘 뒤만 돌아보고 있으니 이런 사람은 절로
저를 버리는 것이다.
진언을 외는 이유는 금생에 지은 없은 다스리기 쉬운 것이라 나의....
힘으로도 고칠수가 있거니와 전생에 지은 업은 지워버리기 어렵기에..
반드시 신비한 힘을 빌어야 하는 것이다.
예배함은 공경하는 것이며 굴복하는 것이라 참다운 성품을 공경하고..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몸과 입과 뜻이 갖춰 조촐한즉 그것이....
곧 부처님이 나타나신 것이다.
염불이란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은 송불이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염불.
이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지 아니하면, 도를 닦는데 소용
없다.
『나무아미타불』의 여섯자 법문은 윤회를 결정코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마음으로는 부처님의 세계를 생각하며, 잊지 말고 입으로는 부처님...
의 명호를 똑똑히 불러서 헛갈리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마음과 입이.
서로 합치되는 것이 염불이니라.
본 문 9)
경을 들으면 귀를 거친 인연도 있게 되고, 따라 기뻐한 복도 짓게
되는 것이다. 물거품 같은 몸은 다할 날이 있거니와, 참다운 행실
은 헛되지 않느니라.
이것은 슬기롭게 배우는 것을 밝힌 것이니, 마치 금강석을 먹는..
것과 같고 칠보를 받아 가진 것보다도 나은 것이다. 영명 연수선.
사가 말씀하기를 "듣고 믿지 않더라도 부처의 종자가 심어진 것이
요, 배워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이나 천상 복을 덮을.......
것이다"하였다.
경을 보는데 자기의 마음 속을 향하여 공부를 지어 가지 않게 되.
면, 비록 만권의 대장경을 다 보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이것은 어리석게 공부하는 것을 깨우침이니, 마치 봄날에 새가 울
고, 가을밤에 벌레가 울듯하여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규봉 종밀
선사가 이르기를"글자나 알고 경을 보는 것으로는 원래로 깨칠 수
없는 것이요, 글귀나 새기고, 말 뜻이나 풀어 보는 것은 오직....
탐욕이나 부리고 성내기만 하는 못된 소견만 더 일으키게 된다"..
하였다.
공부가 도를 이루기 전에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갖 재주만 부려서.
서로 이기려고만 하는 것은 변소에 단청함과 같다.
특별히 말세의 어리석게 공부하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공부하.
는 것은 본래 제 성품을 닦는 것인데, 온전히 남에게 보이기 위하
여 한다면 이 무슨 생각일까?
출가한 사람이 외전을 공부하는 것은 마치 보배 칼로 흙을 깎는것
같아서, 흙은 아무 소용 없이 나의 칼만 상하게 될 것이다.
문 밖에는 나와 놀던, 장자의 집 아이들
불붙은 집 안으로, 도로 들어 가누나.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이 편안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
려는 것이요, 부처님의 지혜 목숨을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
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때문이다.
하늘찌를 대장부라 할 만하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덧 없는 불이 온 세계를 살라 버린다"하셨
고, 또한 "중생들의 고생 불이 사면으로 갖춰 붙는다"또는"모든 번
뇌의 도둑이 늘 너희들을 죽이려고 엿보고만 있다"고도 하셨다.
도인들은 마땅히 스스로 깨우쳐서 머리에 붙는 불을 끄듯 하여야..
할 것이다.
몸에는 나고 늙고 별들고 죽는 것이 있고 세계에는 이루어지고....
자리잡혀 나아가고 파괴되어 가며 없어져 버리는 것이 있고, 마음.
에는 일어나고 머물고 옮기어 가고 꺼져 버리는 것이 있다. 이것이
덧없는 고생 불이 사면에서 갖춰 붙고 있다는 것이다.
까마득한 이치를 공부하는 이들아....
부디부디 세월을 꼭 붙잡고 애쓰소....
세상의 뜬 이름을 말하는 것은 쓸 데 없이 몸만 이쁘게 하는 것이.
요 잇속을 따라 허덕이는 업불에 섶을 더 보태는 것이다.
세상의 뜬 이름을 탐한다는 것은 세상 글에......
두루미는 하늘 저 쪽 떠 갔는데
그 발자국 모래위에 남아 있고
사람들은 저 황천에 갔건마는
그 이름이 아직 집에 전해 가네.
이런 잇속을 따라 허덕인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글에...
온갖 꽃에 휘달리며 애써 꿀을
모았더니 고이 앉아 입다신 이
그 뉘던가 모를러라.
와 같은 것이요, 쓸 데 없는 몸만 이쁘게 한다는 것은 마치 어름을
조각하여 아무리 아름답게 할지라도, 소용 없는 미술이 되는 것이.
요, 업불에 섶을 더 놓는 다는 것은 거칠고 더러운 온갖 물질들은.
욕심불에 일으키는 재료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남자는 풀 속에서 묻힌 촌사람만 못하다.
황제의 자리도 치뱉고 깊은 산에 들어가신 것은 부처님이 천 분이.
나실지라도 바꾸지 못할 말세의 법칙인데 양의 바탕에 범의 껍질을
쓴 무리들이 염치도 없이 바람에 쏠리고 세력에 휩쓸려 아첨하고..
잘 보이려고만 애쓰니, 아아! 그 버릇 고쳐야지!
마음이 세상 명리에 물든 이는 권세의 문에 불쫓다가 풍진에 부대.
끼어 세속 사람의 웃음거리만 되는 것이다. 이런 남자들 양의 바탕
이라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여러가지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아! 불자의 한 그릇 밥과 한벌 옷이 농부들의 피가 아님이 없으며
길쌈하는 여자들의 땀 아님이 없거늘 도의 눈이 밝지 못하고야 어찌
삭여낼 수 있으랴?
전등에 기록되기를 『옛날 어떤 도인이 도의 눈이 밝지 못한 탓으로
죽어서 나무 버섯이 되어 시주의 은혜를 갚은 일이 있다』.........
하였느니라.
그러기에 말하기를 『털을 쓰고 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인줄 아느
냐? 그것이 곧 지금에 있어서 신도들의 주는 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먹는 이가 장차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어떤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은데 더 입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참으로 딱한 일이다. 눈앞에 쾌락이 후생의 고통인 줄 도무지 생각.
지 않는구나!
지도론에 이르기를 『한 도인이 다섯 낱 좁살 때문에 소가 되어.....
살아서 힘껏 일하여 주고 죽어서는 가죽과 살로써 깊았다』하였으니.
공연히 남의 신세를 저 놓고는 갚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차라리 뜨거운 쇳창으로써 몸에 두를지언정 신.
심 있는 이의 주는 옷을 입지 말 것이요, 차라리 쇳물로써 입에 부을
지언정 신심 있는 이의 주는 음식을 먹지 말며, 차라리 끓는 가마 속
으로 뛰어 들지언정 신심 있는 이의 지어 주는 집을 쓰고 있지 말라』
하는 것이다.
범망경에 이르기를 『파계한 몸으로써 신심있는 이의 온갖 공양과 물
건을 받지 않겠다고 마음 먹어라. 보살이 만약 이런 원을 세우지 않.
으면 경구죄를 범하는 것이라』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도인은 음식 먹을때에 독약을 먹는 것 같이 하며 시주의.
보시 받을 때에 화살을 받는 것 같이 하라』한 것이다. 두터운 대접
과 달콤한 말은 도인의 두려워할 바이니라.
음식 먹기를 독약 먹듯하라는 것은 그 도의 눈을 잃을까 두려워함이요
보시 받기를 화살 받듯이 하라는 것은 그 도의 열매를 잃을 까 두려워
함이다.
그러기에 말하기를 『도를 닦는 이는 한개의 숫돌과 같아서, 장서방이
와서 갈고 이생원이 갈아 가면 남의 칼은 잘 들게 되겠지마는 나의 돌
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도리어 남들이..
와서 돌에 칼을 갈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일이다』
이와 같은 도인은 평생 소원이 오직 배불리 먹고, 따뜻이 입는 데만..
있는 것이로구나.
그러므로 옛말에 또한 이르기를 『삼악도의 고통이 고통이 아니라 가.
사를 입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참말 고통이다』라고 하였다.
옛어른이 이르기를
금생에 맘을, 못 밝히면은, 한 방울 물도, 소화못하리.
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가사를 입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다는
것이다. 불자야 불자야, 아프고 분하게 생각하여라.
우습다 이 몸이여 아홉 구멍으로 부터 더러운 것이 늘 흘러 나오니 백
가지 천가지의 부스럼 덩어리를 한 조각 엷은 가죽으로 싸놓았구나.
또한 가죽 주머니에 본뇨를 담은 것이며, 피 고름 뭉치라 냄새나고...
더러워서 아무런 아까운 것도 없는 것이다. 하물며 백 년 동안 길러..
준대야 숨 한 번에 은혜를 등지고 마는 것이 아니냐?
이상에 말한 모든 업이 다 이 몸 때문에 생긴 것이니 소리 질러 꾸짖.
고 통분하게 깨쳐야 할 것이다. 이 몸은 온갖 애욕의 근본이라. 이 몸
이 허망한 줄 알게 되면 온갖 애욕이 저절로 가시어질 것이다. 이것을
탐착하는 데서 한량 없는 허물과 근심 걱정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특별히 밝혀서 도를 닦는 이의 눈을 열어 주는 것이다.
본문 10)
허물이 있거든 곧 참회하고, 잘못한 일이 있은즉 곧 부끄러워 하여야
대장부의 기상이 있는 것이다. 또한 허물을 고쳐서 스스로 새롭게 하
면 그 죄업은 마음을 따라 없어지느니라.
참회란 것은 먼저 지은 허물은 뉘우치고 뒷날에 다시 짓지 않기를 맹
세하는 것이요.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안으론 자기를 꾸짓고 밖으론..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본래 비고 고요한 것이라, 죄업이..
붙어 있을 곳이 업느니라. 도인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여 검박하
고 진실한 것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표주박 한개와 누더기 한..
벌이면 어디 가든지 걸림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마음이 곧은 줄 같아야 한다』하셨으며....
또한 『곧은 마음이 그것이 곧 도량이다』하셨다. 만약 이 몸에 대하
여 탐착하지 않게 되면 반드시 어디에 가나 걸림이 없으리라.
범부들은 현실 경계에만 따라 가고, 도인은 마음만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경계의 두 가지를 다 내버려야 이것이 참된 법이니라.
현실만 따르는 것은 마치 목마른 노루, 사슴이 아지랑이를 물인 줄..
알고 따르는 것과 같고 마음을 붙잡으려 하는 것은 원숭이가 물에 비
친 달을 붙잡으려는 것과 같다. 바같 경계와 마음이 비록 다르기는..
하나, 병통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범부와 이승을 합쳐서 의논한 것이다.
성문은 고요한 것만 지킴으로써 닦는 것을 삼는 까닭에 마음과 성품.
이 본래 빈 것을 깨달아서 그 마음이 저절로 고요하므로, 자취가 없.
은즉 외도와 마군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승과 보살을 합
쳐서 의논한 것이다.
봄바람 꽃길에서 오락가락 노는데,
우중충 어떤집이 빗속에 잠겨 있네.
누구나 임종할 때에 다만, 오온이 다 빈 것이요, 이 몸에는 『나』라
고 할 것이 없으며 참마음은 모양이 없는 것이어서 가는 것도 아니며.
오는것도 아니므로 날 때에도 성품은 난 바가 없고, 죽을 때에도 성품
은 가는 것이 아닌 까닭에, 훤칠하게 맑고, 뚜렷이 고요하며, 마음과.
환경이 둘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직 이와 같이 대번 깨치고....
보면, 삼세와 인과에 얽매이거나 끌리지 않게 될 것이니, 그런 이는..
곧 세상에 뛰어난 자유로운 사람이다. 만약 부처님을 보아도 따라갈..
마음이 없고 지옥을 보더라도 무서운 생각이 없어야 한다.
다만 무심하게 되면 법계와 같이 될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요긴.
한 곳이다. 그러므로 보통 때에 꽃을 가꾸어 가다가 임종할 때에 열매
가 맺게 되는 것이니 도인은 이 곳에 주의하여야 한다.
죽기싫은 늙으막, 부처님께 나가네.
이런때에 제 마음 어서 애써 밝히소.
백년이라 긴 세월 글러지네 순식간.
사람이 임종할 때에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이라, 범부라, 하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게 되면, 소나 말 뱃 속에 끌려 들거나 지옥의 끓는 가마.
속에 쳐박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기 개미 같은 것이 되기도 할 것이
다.
참선하는 이가 만약, 본 바탕 얼굴빛을 밝혀 보지 못하고서야 높고 아
득한 진리의 문을 어떻게 꿰뚫어 보랴?
어떤이는 아주 끊어 져서 없어진 빈 것으로써 참선을 삼기도 하고, 무
엇이라 말할 수 없이 빈곳으로써 도를 삼기도 하며 온갖 것이 다 없는
것으로써 높은 소견을 삼기도 하니 이런 것들은 컴컴하게 비기만 한..
것이라 병든 바가 깊다. 지금 천하에 참선을 잘하는 이들이 거의 이런
병에 걸려있느니라.
아득하게 올라가는 한 관문은 발 붙일 곳이 없다. 운문선사가 이르기를
『빛을 꿰뚫으지 못하는 데 두가지 병이 있고 법신을 꿰뚫은 데에도....
또한 두가지 병이 있는데, 모름지기 낱낱이 꿰뚫어야 한다』고 하였다.
종사에게는 또한 병이 많은 것이다. 변이 귀와 눈에 있는 이는 눈을 부
릎뜨고 귀를 기울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선법을 삼으며 병이..
입과 혀에 있는 이는 횡설 수설 되지 않는 말과함부로 『할』하는 것으
로써 선법을 삼고 병이 손발에 있는 이는 나아갔다 물러갔다 이 쪽 저.
쪽 가리키는 것으로써 선법을 삼으며 병이 속에 있는 이는 진리를 찾아
내고 오묘한것을 뚫어내며, 인정에 뛰어나고 소견을 여이는 것으로써..
선법을 삼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느것이 병 아님이 없느니라.
부모를 헤친이는 부처님께 참회하려니와 반야를 비방한 이는 참회할 ..
길이 없느니라.
공중에서 그림자 붙잡아도 우숩건만
세상밖에 뛰는 것, 무엇 그리 장할까...?
본분종사는 법을 온전히 들어 보이는 것이다. 마치 나무 등신이 노래하..
고 불붙는 화로에 눈 떨어지듯하며 또한 번갯불이 번쩍이듯 하여 공부하.
는이가 어떻다고 헤어리거나 더듬을 수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그 스승의 은혜를 알고 말하기를 『스님의 도덕을 장
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스님이 나에게 해설하여 주지 않는 것을.
감격 하는 바라』고 하였다.
말 말아라, 말 말아라, 붙 끝에 오를라.
강에 뜬 저달 꿰뚫은 화살 수리잡는이 분명하고나
공부하는 이는 먼저 종파의 갈래부터 자세히 가리어 알아야 한다.
옛날에 마조스님이 한 번 할하는 데 백장스님은 귀가 먹었고, 황벽스님은
혀가 빠졌다. 이 한 할이야말로 곧 부처님께서 꽃을드신소식이며, 또한..
달마대사의 처음 오신 면목이다. 아아! 임제종의 근원이로구나.
법을 아는이가 무섭다. 소리 따라 곧 때려주리라.
한가히 주장자가 마디라곤 없는데,
은근히 내어 주네, 밤길 가는 손님께.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가 다 나는 것이 없는 이치를 철저하게 사무치
어서 어디까지나 훤칠한 큰 기틀과 큰 씀이 끝없이 자유자재하여 걸림 없
고, 전제로 한 덩어리를 이루어서 남김 없이 되어 가지고도 물러서서, 문
수와 보현의 큰 어른 경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실상대로 말하자면 이
두 분도 도깨비가 됨을 면하지 못 하는 것이다.
시퍼런 칼날 다치지 말라.
본문 11)
대장부가 부처를 보거나 조사 보기를 원수 같이 하여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부처에 얽매이는 것이요, 만약 조사
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으면 조사에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나..
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고통이 되고 만다. 일 없는것만 같지 못 하니라
『부처와 조사도 원수 같이 보라』하는 것은 첫머리의 『바람 없이 물결은
일으킨다』한 말을 맺음이요 『구하는 것이 있으면 다 고통이 된다』하는
것은 『딴 것이 없다 다 그대로 옳다』한 것을 맺은 것이요 『일 없는 것
만 같지 못하다』는 것은 『생각내면 곧 어기어 버린다』한 것을 맺은 것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 천하 사람의 혀 끝을 앉아서 끊게 되며 나고....
죽는 빠른 바퀴가 저절로 멈추어지게 되리라.
난리를 평정하고 나라를 평안하게 하기를 단하선사가 목불을 살라 버린..
것과 운문선사가 개밥준다는 것과 노파가 부처님을 아니 보려 한 것같은.
것들이 모두 요사한 것을 꺾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수단이니라
그러나 필경 어떠할 것인고?
자고새 노래하고 온갖 꽃 곱게 피는
저 강남 삼원놀리 언제나 늘 그리워.
거룩한 빛이 어둡지 않다는 것은 첫머리의 밝고 신령하다 한 것을 맺음
이요. 『천만고에 환하다』함은 『본래부터 나도 죽도 않았다』는 것을
맺음이요, 『알음알이 두지 말라』함은 이름에 얽매여서 알음알이 내지
말라 한 것을 맺음이다.
『문이란 것은 범부와 성인이 드나든다』는 뜻이 있으니, 『하택 신회선
사가 이른바 안다』는 한마디 말이 온갖 묘한 이치의 문이라고 한 ....
것이다.
아! 『이름 지을 수도 모양 그릴 수도 없다는 데서 일으켜서 알음알이.
두지 말라』는 것으로 맺으니 한 때의 얽힌 연출을 한 마디 말로써....
끊어 버리었다.
그리하여 한 알음알이로써 시작과 맺음을 삼고 중간에는 온갖 행실을..
들어 보이었다. 더구나 알음알이 한 마디는 불법에 큰 해독이기 때문에
특별히 들어서 마치었으니 하택선사가 조계의 맏 아들이 못 된 것이...
이 때문이다.
이에 송하기를.....
이처럼 들어보여 종지를 밝혔다면
눈 푸른 인도 중이 한 바탕 웃사오리.
그러나 필경 어떠할꼬? 아! 애닯다
하늘엔 달이 밝고 강산은 고요한데
터지는 웃음소리 온 천지 뒤집히네.
서산(西山) 선가귀감(禪家龜鑑) 중에서
한 물건 / 선과 교 / 일 없는 도인 / 겪 밖의 선지 / 간절한 마음 / 화두의 열 가지 병 /
일상의 점검 / 제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 참선과 계행 / 자비와 인욕 / 첫째가는 정진 /
출가행 / 한 개의 숫돌 / 대장부의 기상 / 자유인
한 물건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일찌기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 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옛 부처 나기 전에 의젓한 둥그러미 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연유다. 육조(六祖)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신회(神會)선사가 곧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庶子)가 된 연유다. 회양(懷讓)선사가 숭산(崇山)으로부터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러헤 왔는고?' 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팔 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다.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것은 대비심(大悲心)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이 저절로 갖추어졌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발라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인 것이다.
억지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부처라 혹은 중생이라 하지만,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낼 것이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어긋난다.
선과 교
부처님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한 것(三處傳心)이 선지(禪旨)가 되고, 평생 말씀하신 것이 교문(敎門)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이요,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세 곳이란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자리를 절반 나누어 앉음이 하나요,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들어 보임이 둘이요, 사라쌍수 아래에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어 보임이 셋이니, 이른바 카샤파 존자(迦葉尊者)가 선(禪)의 등불을 따로 받았다는 것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선과 교의 근본은 부처님이고, 선과 교의 갈래는 카샤파 존자와 아난다 존자(阿難尊者)다.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선이요, 말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교다. 또한 마음은 선법이요 말은 교법이다. 법은 비록 한맛이라도 뜻은 하늘과 땅만큼 아득히 떨어진 것이다.
일 없는 도인
생각 끊고 반연 쉬고 일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봄이 오매 풀이 저절로 푸르구나. 생각 끊고 반연을 쉰다는 것은 마음에서 얻은 것을 가리킴이니, 이른바 일 없는 도인(閑道人)이다. 어디에나 얽매임 없고 애당초 일 없어서, 배고프면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잔다. 녹수청산에 마음대로오고 가며, 어촌과 주막에 걸림없이 지내가리. 세월이가나 오나 내 알 바 아니지만 봄이 오니 예전처럼 풀잎이 푸르구나.
겪 밖의 선지
부처님은 활같이 말씀하시고 조사들은 활줄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걸림 없는 법이란 바로 한맛(一味)에 돌아감이다. 이 한맛의 자취마저 떨쳐버려야 비로소 조사가 보인 한 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뜰 앞에 잣나무'란 화두는 용궁의 장경에도없다고 말한 것이다. 활같이 말씀했다는 것은 곧다는뜻이며, 용궁의 장경이란 용궁에 모셔 둔 대장경이다.
어떤 스님이 조주(趙州)스님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대답하기를 '뜰 앞에 잣나무니라'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격 밖의 선지(格外禪旨)다.
간절한 마음
자기가 참구하는 공안(公案)에 대해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 마치 닭이 알을 안은 것과 같이하고,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 하며,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고, 목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어머니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꿰 을 때가 있을 것이다.
조사들은 공안이 일천 칠백 가지나 있는데, '개가불성이 없다'라든지 '뜰 앞에 잣나무'라든지 '삼서근(麻三斤)' '마른 똥막대기' 같은 것들이다. 닭이 알을안을 때는 더운 기운이 지속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때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주릴 때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를 때 물을 생각하는 것이나 어린애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난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므로 간절한것이다. 참선하는 데에 이렇듯 간절한 마음이 없이 깨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참선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긴한 것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큰 신심이고, 둘째는 큰 분심이며, 세째는 큰의심이다.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아서 소용 없이 되고 말 것이다. 부처님께서말씀하시기를 '성불하는 데에는 믿음이 뿌리가 된다'하셨고, 영가(永嘉)스님은 '도를 닦는 사람은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고 하였으며, 몽산(蒙山)스님은 '참선하는 이가 화두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통이다'고하면서 '크게 의심하는 데서 크게 깨친다'고 하였다.
화두의 열 가지 병
화두는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며,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아라. 더 생각할 수 없는 곳에까지 나아가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 곳이 없어서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가다가 잡히듯 할 것이다. 이런가 저런가 따지고 맞혀 보는 것이 식정(識情)이며, 생사를 다라 굴러다니는 것이 식정이며, 무서워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또한 식정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 속에서 빠졌다 솟았다 하고 있을 뿐이다. 화두를 참구하는 데에 열 가지 병이 있다. 분별로써헤아리는 것, 눈썹을 오르내리고 눈을 끔적거리기를그치지 않는 것, 말 길(語路)에서 살림살이를 짓는 것,굴에서 끌어다 증거를 삼으려는 것,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는 것,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일없는 곳에 들어앉아 있는 것, 있다는 것이나 없다는것으로 아는 것, 참으로 없다는 것으로 아는 것, 도리가 그렇거니 하고 알음알이를 짓는 것, 조급하게 깨치기를 기다리는 것들이다. 이 열 가지 병을 떠나 화두에만 정신차려 '무슨 뜻일까?' 하고 의심할 일이다.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아서,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떼어 놓고 한번 어 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 하여 팽팽하고 느슨함이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병나기 쉽고, 잊어버리면무명(無明)에 떨어지게 된다.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거문고 타는 사람이 말하기를, 그 줄의 느슨하고 팽팽함이 알맞아야 아름다운 소리가 제대로 난다고 했다.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조급히 하면 혈기를 올리게 될 것이고, 잊어버리면 흐리멍덩하게 된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않게 되면 오묘한 이치가 그 속에 있을 것이다.
일상의 점검
참선하는 이는 항상 이와 같이 돌이켜보아야 한다. 네 가지 은혜가 깊고 높은 것을 알고 있는가? 네 가지요소(四大)로 이루어진 더러운 이 육신이 순간순간 썩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에 달린 것을 알고 있는가? 일찌기 부처님이나 조사를 만나고서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았는가? 높고 거룩한 법을 듣고 기쁘고 다행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버리지는 않았는가? 공부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 도인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지내지 않는가? 분주히 시비를 일삼고있지나 않는가? 화두가 어느 때나 똑똑히 들리고 있는가? 남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보고 듣고 알아차릴 때에도 한 생각을 이루고 있는가? 제 공부를 돌아볼 때 부처님과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금생에 꼭 부처님의 지혜를 이을 수 있을까? 앉고 눕고 편할 때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는가? 이 육신으로 윤회를 벗어날 자신이 있는가? 이런 것이 참선하는 이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때때로 점검되어야 할 도리이다. 옛 어른이 말하기를 '이몸 이때 못 건지면 다시 언제 건지랴!' 하지 않았는가.
제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제 성품을 더럽히지 말아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바르지 못한 일이다 버리는 것이나 찾는 일이 다 더럽히는 일이다. 모름지기 마음속을 비우고 스스로 비추어 보아, 한생각 인연따라 일어나는 것이 사실은 일어남이 없다는것임을 믿어야 한다.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행하고 거짓말하는 것이 모두 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자세히 살펴보아라. 그 일어나는 곳이 곧 비어 없는데무엇을 다시 끊을 것인가. 여기에서는 성품과 형상을함께 밝힌 것이다.
경에 말하기를 '무명을 아주 끊는다는 것은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하였고, 또한 '생각이 일어나면 곧 깨달으라'고 하였다.
참선과 계행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소리를 지르는 것 같으며,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물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 같고,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들려는 것과같다.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라도 마군의길을 이룰 뿐이다. 만약 계행(戒行)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 했는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수 있겠는가. 계율 존중하기를 부처님 모시듯 한다면,부처님이 늘 계시는 거나 다를 것이 없다. 모름지기 풀에 매여 있고 거위를 살리던 예일로써 본보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생사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불꽃을 꺼버려아 한다. 애정는 윤회의 근본이 되고, 정욕은 몸을 받는 인연이 된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음란한 마음을 끊지 못하면 태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셨고, 또 '애정에 한번 얽히게 되면 사람을 끌어다 죄악의 문에 쳐넣는다'고 하셨다. 애욕의 불꽃이란 애정이 너무 간절하여 불 붙듯함을 말한 것이다.
자비와 인욕
가난한 이가 와서 구걸하거든 분수대로 나누어 주라. 한 몸처럼 두루 가엾이 여기면 이것이 참 보시이며, 나와 남이 둘 아닌 것이 한 몸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들의 살림살이가 아닌가.
누가 와서 해롭게 하더라도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 생각 성내는 데에 온갖 장애가 벌어진다. 번뇌가 비록 한량없다 하지만 성내는 것이 그보다 더하다. 열반경에 이르기를 '창과 칼로 찌르거나 향수와 약을 발라 주더라도 두 가지에 다 무심하라'고 하였다. 수행자가 성내는 것은 흰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과 같다. 참을성이 없다면 보살의 행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닦아 가는 길이 한량없지만 자비와 인욕(忍辱)이 근본이 된다. 참는 마음이 꼭둑각시의 꿈이라면 욕보는 현실은 거북의 털과 같다.
첫째가는 정진
본바탕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만약 정진할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망상이요 정진이 아니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말하기를 '망상 내지 말아라! 망상 내지 말아라!'고 한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늘 뒤만 돌아보는데 이런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을 보되 자기 마음속으로 돌이켜봄이 없다면 비록 팔만대장경을 다 보았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것은 어리석게 공부함을 깨우친 것이니, 마치 봄날에 새가 지저귀고 가을 밤에 벌레가 우는 것처럼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규봉 선사(圭峯禪師)가 이르기를 '글자나 알고 경을 보는 것으로는 원래 깨칠 수 없다. 글귀나 새기고 말뜻이나 풀어 보는 것으로는 탐욕이나 부리고 성을 내며 못된 소견만 더 일으키게 된다'고 하였다. 수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갓 말재주나 부려 서로 이기려고만 한다면 변소에 단청하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말세에 어리석게 수행하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다. 수행이란 본래 제 성품을 닦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고 있으니 이 무슨 생각일까.
출가행
출가하여 스님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나고 죽음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三界)에서 뛰어난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납자(衲子)는 풀속에 묻힌야인(野人)만도 못하다. 제왕의 자리도 침뱉고 설산에 들어가신 것은 부처님이 천분 나실지라도 바뀌지 않을 법칙인데, 말세에 양의 바탕에 범의 껍질을 쓴 무리들이 염치도 없이 바람을 타고 세력에 휩쓸려 아첨을 하고 잘 보이려고만 애쓰니, 아 그 버릇을 어쩔 것인가.
마음이 세상 명리에 물든 사람은 권세의 문에 아부하다가 풍진에 부대끼어 도리어 세속 사람의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이런 납자를 양의 바탕에 비유한 것은 그럴 만한 여러 가지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의 숫돌
불자여, 그대의 한 그릇 밥과 한 벌 옷이 곧 농부들의 피요 직녀들의 땀인데, 도의 눈이 밝지 못하고야어찌 삭여낼 것인가. 그러므로 말하기를 '털을 쓰고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그것은 오늘날 신도들이 주는 것을 공부하지 않으면서 거저 먹는그런 부류들의 미래상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니 무슨 심사일까. 참으로 딱한 일이다. 눈앞의 쾌락이 후생에 고통인 줄을 생각지 않는구나!그러므로 도를 닦는 이는 한 개의 숫돌과 같아서,장서방이 와서 갈고 이생원이 갈아 가면, 남의 칼은 잘 들겠지만 내 돌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도리어 남들이 와서 내 돌에칼을 갈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닌가.
대장부의 기상
죄가 있거든 곧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데에 대장부의 기상(氣像)이 있다. 그리고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되면 그 죄업도 마음을 따라 없어질 것이다. 참회란 먼저 지은 허물을 뉘우쳐 다시는 짓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일이다.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안으로자신을 꾸짖고 밖으로 허물을 드러내는 일이다. 마음이란 본래 비어 고요한 것이므로 죄업(罪業)이 붙어 있을 곳이 없다. 수행인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하여 검소하고 진실한 것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표주박 한 개와 누더기 한 벌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 것이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똑바른 줄과 같아야 한다'고 했으며, '바른 마음(直心)이 곧 도량(道場)이다'고 하셨다. 이 몸에 탐착하지 않는다면 어디를가나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범부들은 눈앞 현실에만 따르고, 수행인은 마음만을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현실 두 가지를다 내버리는 이것이 참된 법이다. 현실만 따르는 것은목마른 사슴이 아지랭이를 물인 줄 알고 찾아가는 것같고, 마음만을 붙잡으려는 것은 원숭이가 물에 비친달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바깥 현실과 마음이 비록다르다 할지라도 병통이기는 마찬가지다.
자유인
누구든지 임종할 때에는 이렇게 관찰해야 한다. 즉 오온(五蘊)이 다 비어 이 몸에는 〈나〉라고 내세울 것이 없고, 참 마음은 모양이 없어 오고가는 것이 아니다.
날 때에도 성품은 난 바가 없고 죽을 때에도 성품은 가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밝고 고요해 마음과 대상은 둘이 아니다. 이와 같이 관찰하여 단박 깨치면 삼세와 인과에 얽매이거나 이끌리지 않게 될 것이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뛰어난 자유인이다. 부처님을 만난다 할지라도 따라갈 마음이 없고, 지옥을 보더라도 무서운 생각이 없어야 한다. 그저 무심하게만 되면 법계(法界)와 같이 될 것이다.
대장부는 부처나 조사 보기를 원수같이 해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는 부처에게 얽매인 것이고,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게 얽매어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고통이므로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 문 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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