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수종사(水鍾寺) 기행/박석무(茶山연구소장)

맑은물56 2007. 10. 28. 01:19
수종사(水鍾寺) 기행/박석무(茶山연구소장)

 

수종사(水鍾寺) 기행


다산과 불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위(無爲), 선(禪), 무욕(無慾) 등에 대해서는 실용적이거나 실사구시적이지 못하다고 옳지 않게 여기면서도, 어린 시절 이래로 절을 자주 찾았고, 절에서 생활한 때도 많았습니다. 훌륭한 학승이나 도승, 선승과도 아주 가깝게 지내면서 수없이 많은 시도 읊었고 불경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화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자기 집 정원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어려서부터 노경에 이르기까지 자주 찾았던 고향의 ‘수종사’, 화순현감이던 아버지를 따라가 중형 정약전과 함께 기식하면서 공부했던 화순의 ‘동림사’, 과거공부를 하느라 살았던 ‘봉은사’(지금의 청담동), 학술토론회를 열었던 충청도 온양의 ‘봉곡사’, 유배시절 기거했던 강진 뒷산의 ‘고성사’, 형제들과 놀러 다녔던 광주 퇴촌의 ‘천진암’ 등 셀 수 없이 많은 절이 있습니다.

연담 유일(蓮潭有一)이라는 큰 학승, 아암 혜장선사, 초의대사 등 수많은 스님들과도 아주 가까이 지내면서 좋은 도반(道伴)이 되기도 했습니다. 1783년 22세의 젊은 나이로 진사과(進士科)에 합격하여 고향 마재마을에 많은 지인(知人)들을 초청하여 합격 잔치를 베풀고, 그 많은 지인들과 수종사에 올라 노닐고 내려와 기록한 기행문은 그 글이 참 좋습니다. 약관에 지은 글이 노숙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의 문장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년시절에 노닐었던 곳을 장년의 나이에 찾으면 하나의 즐거움이다. 궁하던 시절에 지나간 곳을 뜻을 얻은 뒤에 찾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외롭게 혼자서 갔던 곳을 귀빈들과 좋은 친구들이 어울려 함께 가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라고 설명하며 유람하는 일의 세 가지 즐거움을 토로했습니다. 진사과 합격 축하잔치에 모인 귀빈과 친구들과 함께 수종사에 올라가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읊었던 멋진 모임을 기록한 다산의 기행문은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밤이 되자 낮처럼 밝은 달이 오르고 흥에 겨워 절간을 배회하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수종사는 신라의 고찰이다. 절에는 샘이 있고 물은 바위굴에서 솟아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기 때문에 ‘수종사’라고 부른다”라는 마지막 구절. 절의 내력까지 밝혔으니, 길지 않은 이런 기행문 전체를 새기고 우리말로 번역한 비라도 하나 그곳에 세우면 어떨까요. 다산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 수종사는 정말로 쓸쓸하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DATE: 2007.10.26 - 18:06

 
운곡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회원아이디: woongok, IP: 221.168.177.126
수종사의 유래를 무심히 넘겼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네요-
박석무 선생님께선 다산 선생의 학문에 대하여 평생을 연구에 몸바친 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산의 사생활을 엿볼 수가 있어서
어떤 학문이나 학술지 보다 더 다산의 인간적인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기행문입니다.
행운이 늘 함께하십시다.
2007.10.27 - 11:32 
맑은물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122.35.48.25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추억이 담긴 수종사에
다산의 그런 귀중한 역사가 담겨있는 줄을
이제야 알게되었네요.^*^
다산의 기행문을 찾아 읽어보고
다시 한 번 가 봐야겠습니다.
그 근처에 국수  맛이 기막히게 좋은 집도 있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