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를 찾다가
언제 적인가 잠시 잡아보았던 붓을 잡아본다
난을 그려보겠다고 온 종일을 헤맨다.
수전증인가 떨리긴 왜 그리 떨리는지
서미(鼠尾)는 어디로 달아나고
봉안(鳳眼)은 호수만 하니
파봉안(破鳳眼)이 무색하고
납작 기울어진 난(蘭) 잎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으로 기는구나.
세월이 갈수록
쌓여가는 건 근심 걱정뿐이고
어깨허리 팔 다리 고통뿐이니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길
난(蘭)인들 제대로 고추 설 수 있으리
머물러 놀다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넉넉한 마음밭에
눕기도 하고 서기도 하며 아름다운 꽃도 피워
터질듯 난향으로 가득 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