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그는 왜 절벽에 섰는가 / 이기와
맑은물56
2011. 2. 7. 16:14
그는 왜 절벽에 섰는가 / 이기와
생각이 응고된 화강암의 육신, 깎아 세운 절벽
물속에도 바람이 불어 난분분 흔들리는
길고 흰 머리카락, 저 폭포수
물이 돌이 되도록 허공에 반죽 치고 또 치고
까무러치게 내리치다 다시 눈 떠보면
아직도 바닥을 향해 추락 중
죽고 살고 죽고 살고
가고 오고 가고 오고
비속한 속력으로
수없이 분쇄되고 수없이 응집되는 자아(自我)
대성통곡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폭포의
안쪽, 오목진 음부 같은 곳에
슬몃 깃든 작은 고요
보았는가
길 없는 곳에서 길이 된 그를
순결한 눈물로 승천하기 위해 단죄하며
자아를 으깨고 부수어 천길 아래로 집어 던지는,
절벽의 늑골을 구태여 칼날로 다듬어
미소로 채운
마애불을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