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내 그림자에게 / 법정 스님
맑은물56
2010. 12. 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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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그림자에게
/ 법정 스님
한 평생 나를 따라다니느라고 수고 많았다.
내 삶이 시작될 때부터 그대는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햇빛 아래서건 달빛 아래서건 말 그대로 ‘몸에 그림자 따르듯’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니 그대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동반자다.
오늘은 그대에게 내 속엣 말을 좀 하려고 한다.
물론 전에 없던 일이다.
그대도 잘 알다시피 내 육신의 나이가 어느덧 70을 넘었구나.
예전 표현에 의하면
사람의 나이 일흔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 했다.
고희(古稀)라는 말을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내가 그 앞에 마주서게 되었다.
요즘에 와서 실감하는 바인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은 세월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허락된 남은 세월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따라서 내 삶을 추하지 않게 마감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혼자서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이 다할 때까지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늙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면
그 인생이 초라하게 마련이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늙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화사한 봄의 꽃도 좋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에 피는 국화의 향기는
그 어느 꽃보다도 귀하다.
자기관리를 위해 내 삶이 새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하게 된다.
누구보다도 그대가 잘 알다시피
내 삶의 자취를 돌아보니
나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대중 앞에서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를 너무 많이 쏟아 놓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침묵의 미덕과 그 의미를 강조해온 장본인이
침묵보다 말로 살아온 것 같은 모순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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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상식의 저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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