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유진의 시읽기> 석류 / 최선옥

맑은물56 2010. 6. 29. 16:02
<유진의 시읽기> 석류 / 최선옥

☛서울일보 / 2010.6.25(금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석류

최선옥

 

 

텔레비전 뉴스는 어느 달동네 벌집 철거소식을 전했다  집안 생계를 짐 진 많은 순이가 옹색하게 무릎을 접었던 곳,  공장 옮겨가면서 순이들도 철새로 떠나고 뒤이은 분 짙은 아가씨들도 세월 따라 분 내음 거둬갔단다  지금은 가진 것이라곤 서로의 시린 가슴 보듬는 정뿐인 사람들 하루하루 헤픈 웃음으로 연명하던 곳이라던가

 

봇짐 싸듯 살림 꾸려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먼 유년의 그때, 방 한칸 마련키도 쉽지 않아 꾸러미 가득 들어앉은 달걀처럼 자식 줄줄이 꿴 이 땅의 아버지들,  입주하던 날이면  죄인처럼 주인 몰래 숨어들어야만 했단다 그래도 촘촘히 붙은 옥수수 알처럼 상머리 빙 둘러앉으면 방안 온통 채우던 웃음소리, 그릇 달그락거리던 소리

 

잇몸 그득 내보이며 환한 웃음 쏟던

그 시절 그 집, 방 한 칸

 

시 읽기

  달동네 벌집 철거소식을 들으며 시인은 촘촘히 붙은 옥수수 알처럼 상머리 빙 둘러앉으면 방안 온채우던 웃음소리, 그릇 달그락거리던 소리, 정이 묻어나는 단칸방의 모습을 연상했다. 그리고 투한 분홍 알갱이가 빼곡 들어앉은 석류의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육칠십 년대 가난했던 시절,  봇짐을 싸듯 살림 꾸려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먼 유년의 그때 그 시절, 집안생계를 짐 졌던 많은 순이들....공장 노동자가 아니면 버스 차장, 남의집살이 그도 저도 아니면  직업여성이라도 되어 살길을 찾아야 했었던  그 순이들.....  비록 경제침체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절 보다 분명 부유해진 지금,  희생과 극복, 긍정의 모성성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방 한 칸에서도 알콩달콩 하던 가족애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는가? 긍정과 부정의 대립적 사회문제는 굳이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 잇몸 그득 내보이며 환한 웃음 쏟던

    그 시절 그 집, 방 한 칸 」

알갱이 빼곡 들어찬 석류의 농익은 모습에서, 가난했던 시대의 체험적 진실성과 서정성, 비극성이 보태져 진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