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홀딱새/ 손세실리아

맑은물56 2011. 3. 31. 14:40

 

 

 

홀딱새/ 손세실리아


숲해설가와 함께 방태산 미산계곡에 들었다

낱낱의 사연과 생애가 사람살이와 다를 바 없어

신기하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하지만 발을 떼는 족족

소소한 것들까지 시시콜콜 설명하려드는 통에

골짜기 깊어질수록 감동이 반감되고 만다 게다가

비조불통 기막힌 풍광 앞에서는 소음과 진배없다

상호간 불편한 기색 감추기에 급급할 즈음

새 한 마리 물푸레나무 허공을 뒤흔들어댄다

검은등뻐꾸기라며 강의를 재개하려하자

누군가 볼멘소리로 막아선다

딴 건 몰러두 갸는 지가 좀 알어유 홀딱새여유

소싯적부텀 그렇게 불렀슈 찬찬히 함 들어봐유

홀딱벗꼬 홀딱벗꼬... 어뗘유 내 말이 맞쥬?

다소 남세스럽지만 영락없다

육담이려니 흘려들었는데 아니다

기막힌 화두다

 

생의 겹겹 누더기 훌훌 벗어던지고

가뿐해지라는


- 계간 <시에> 200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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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해설사와 숲해설가 등은 문화재와 숲 탐방객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현장에서 제공하는 해설도우미들이다. 건성건성 주마간산으로 휘둘러보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해설사의 배경설명이 큰 도움을 주지만, 때로는 시시콜콜 배워 아는 지식을 모두 전수하려 드는 지나친 친절이 되레 느긋한 감상의 시간을 방해하기도 한다.

 

 공부는 안하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했다는 전설의 새가 ‘홀딱새’다. 원성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더 열심히 정진해서 이번 생에는 반드시 해탈하라고 목이 터져라 응원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홀딱 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이상도 던져 버리고, 망상도 지워 버려라.’

 

 원래 새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생각대로 들리는 법이다. 수양하는 스님들에겐 비우고 홀딱 벗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욕망과 애증, 분노와 슬픔 등 내안에 쌓은 ‘생의 겹겹 누더기’들은 죄다 훌훌 벗어던져 가뿐해져야 하는데, 이때 듣는 새소리가 홀딱벗꼬 홀딱벗꼬‘라 들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세속의 인간이 이런 온갖 집착과 상념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니 ‘홀딱 벗고’ 같이 자자는 춘정의 부추김으로 듣는 것은 당연하다. 절집 주위의 홀딱새야 헐떡거리는 욕망을 홀딱 벗어던지라는 목탁의 메시지로 운다지만, 연초록으로 물든 산 여기저기서 울어재끼는 홀딱새는 삽상한 바람에 실려 온 춘파라 아니할 수 없다. 다만 허위의 의복은 벗어던지고 출렁, 감성의 물살을 일으키며 온몸의 세포를 일깨워 한번 제대로 자지러져보라는 것이다.

 

 

ACT4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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