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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공부를 1년에…‘집중이수제’ 기가막혀

맑은물56 2011. 3. 3. 19:22

3년 공부를 1년에…‘집중이수제’ 기가막혀
일부과목 ‘단기간 몰아치기’
신입생 고난도 수업 부담에
전학생 대안도 없어 골머리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메일보내기
2일 아들이 서울 양천구 ㅁ중에 입학한 손아무개(40)씨는 지난 23일 아이가 예비소집 때 받아온 새 교과서를 살펴보다 납득하기 힘든 부분을 발견했다. 1학년 과정에서 배울 교과서를 받아왔는데, 도덕 교과서 1~3학년치와 음악 교과서 1~3학년치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ㅁ중에서는 실제 1학년 때 3년치 도덕과 음악을 모두 배우게 된다.

ㅁ중에서 이런 교과과정을 마련한 이유는 올해부터 초·중·고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집중과목이수제’가 처음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여러 학년에 걸쳐 이수하던 과목을 학년별·학기별로 집중 이수해 수업 부담을 덜고 집중도는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신 ㅁ중 1학년의 경우 미술, 사회, 국사, 한문 등은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제도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손씨는 “중학교 신입생들한테 3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린 ‘중학교 3학년의 의의’, ‘진로·진학 문제’ 등을 가르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간표를 보니 도덕이 한 주에 5시간이나 배정돼 있고, 2학년 때는 역사를, 3학년 때는 사회를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는데 과연 올바른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구로고 1학년 최아무개(16)양도 “꾸준히 배워야 머리에 남는데 한 학기 배운 뒤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소래중 김민배(50·도덕) 교사는 “소래중의 경우 3년치 도덕을 1학년1학기와 2학년1학기 두 번에 나눠서 가르치도록 돼 있어 중간에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도덕·미술·음악 등은 지식이 아닌 인성을 배우는 과목인데, 2학기에는 인성교육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평가했다. 김 교사는 또 “전학을 하는 경우 이전 학교에서 도덕을 배운 학생이 새 학교에서 도덕을 두 번 배울 수 있는데,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기초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고학년 교과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ㄱ학원 원장은 “고등학교의 경우 예전에는 1학년 때 공통과학을 배워 기초를 쌓은 뒤 2학년부터 화학1을 배웠는데 이제는 1학년 때 화학1을 배워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집중이수 학기에는 해당 과목 교사가 부족하고, 집중이수가 끝나면 해당 과목 교사가 필요하지 않아 소수 과목의 경우 기간제 교사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 ㅁ중 김아무개(32) 교사는 “학교 재량에 따라 국영수를 늘리다보니 한문 등 선택적인 소수 과목은 아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이미 연수를 받아서 전과하는 교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미술처럼 준비가 필요하고 수업 시간이 길면 좋은 과목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집중과목이수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송채경화 박태우 기자 khsong@hani.co.kr